도쿄의 공시 지가가 버블(거품 경제) 붕괴 이후 처음으로 올랐다. 실제 거래가는 지난해 말부터 도심권을 중심으로 상승했지만 정부가 공시 지가를 인상한 것은 13년 만이다. 공시 지가는 증여·상속 등 과세의 기준이 된다. 국세청이 1일 발표한 2005년도 지역별 공시 지가에 따르면 도쿄 평균 공시 지가는 전년도보다 0.4% 올랐다.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반등한 곳은 도쿄 1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도 하락폭이 크게 축소돼 지가 하락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41만개 지점의 공시지가 평균은 ㎡당 11만2000엔(약 110만원)으로 13년째 떨어졌다. 주요 도시별로는 도쿄 지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오사카 나고야 요코하마 후쿠오카 사이타마 고베 삿포로 교토 히로시마 등의 순서였다. 택지별 공시 지가에서는 도쿄 긴자의 중앙로가 ㎡당 1512만엔으로 20년 연속 정상 자리를 지켰다. 긴자를 중심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신규 출점이 잇따르면서 지가를 끌어올렸다. 이밖에 도요타자동차 본고장으로 아이치 세계박람회(EXPO)가 개최 중인 나고야역 앞이 전년 대비 9.3%,도심 재개발 공사가 한창인 도쿄역 앞 지점도 18.2% 올라 상승폭이 컸다. 도쿄 지역의 평균 지가는 올랐지만 대표적 유흥가인 신주쿠구 가부키초는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도쿄에 오면 한번쯤 들러보는 가부키초는 ㎡당 285만엔으로 전년도보다 15만엔 떨어졌다. 이 곳은 재래식 소규모 상가 건물이 밀집해 재개발이 어려운 데다 최근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지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도쿄 나고야 등 대도시를 시작으로 지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은 경기 회복 속에 부동산 시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1990년대 이후 이어진 장기 저금리 기조를 배경으로 부동산 투자신탁(REIT)에 시중 자금이 몰려 도심권을 중심으로 재개발 작업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부동산 투자신탁회사들이 지난 6월 한 달간 취득한 부동산도 500억엔을 넘었다. 일본부동산연구소의 신도 노부아키 연구원은 "대도시 변두리나 재래 상권까지 오름세가 확산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