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일부 의원들이 중소상인 보호 등을 이유로 대형할인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난 6월 당정협의 검토사항으로 이를 다루려다 유보했을 당시에도 논란을 빚은 바 있어 이번 논란은 `제 2라운드' 격인 셈이다. 2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대형할인점의 폐점 시각을 오후 9시 이전으로 규정하고 이를 3회이상 어길 경우 등록을 취소토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 또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도 광역자치단체가 대형할인점의 폐점 시각을 오후 8∼10시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같은 법 개정안을 발의키로 했다. 이 의원들은 주된 법 개정 취지로 중소 유통상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형할인점의 시장 침탈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형할인점 관계자들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자, 스스로들 내세우는 취지도 충족시키지 못할 억지"라고 주장하며 법 개정 추진을 일제히 비난했다. 최근 일부 점포에서 24시간 종일영업을 시작한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대형할인점은 현재 건전한 소비 활성화의 대들보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그렇게 할인점 영업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며 "매출의 50% 이상이 오후 5∼11시에 발생하는 것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만약 오후 9시 이전에 폐점할 경우 매출 30%를 포기해야 하는데 그 경우 업체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인다면 그것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다는 말이냐"면서 "그야말로 인기영합성 입법 추진일뿐"이라고 주장했다. 24시간 영업 점포를 다수 가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관계자도 "중소상인 보호는 다른 구조적 정책대안으로 접근할 일이지 할인점 영업시간을 제한한다고 보호되지도 않는다"며 "고객 선택권과 시장경제 체제를 무시한 정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종일영업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신세계 이마트의 한 관계자마저도 "대형할인점의 주요 고객인 서민ㆍ중산층의 라이프 사이클을 모르거나 아니면 알고서도 무시한 발상 밖에 안된다"고 주장하며 입법 추진에 강력 반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입법을 추진하시는 분들은 돈이 많아서 백화점만 다녀봤지 할인점을 이용해 보지 않아 실태를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냉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은 이같은 개정안 추진을 크게 반기고 나섰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그간 대형할인점 출점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재래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지역경제가 대형할인점 출점으로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시간 규제는 물론 출점 자체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대문시장 관계자도 "자본력을 앞세운 할인점들의 무차별적인 영업활동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중소상인들은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할인점 영업시간 규제는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가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황윤정 기자 uni@yna.co.kr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