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이 20일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를 보면 형제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 곪아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박 명예회장은 진정서에서 박용성 회장,박용만 부회장 등 동생들이 "지난 20년간 17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직적으로 조성해 이를 사조직 관리,로비자금,호화생활 등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박 명예회장은 특히 진정서의 상당 부분을 박용성 회장이 ㈜태맥 동현엔지니어링 등 위장계열사를 통해 수십년간 비자금을 조성,관리했다는 주장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박용성 회장은 과거 20년간 '태맥'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룹의 각 이권 사업장에 생맥주집을 차리고 이 위장계열사를 통해 1년에 십수억원씩 2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가 있다"는 것. "㈜태맥에서만 350억~45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다. 박 명예회장은 이어 "박용성 회장이 두산그룹의 경비용역 및 건물관리 업체인 동현엔지니어링을 통해 해마다 1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만들어 20년간 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했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부회장에 대해선 비자금 조성은 물론 외화를 밀반출한 의혹까지 제기했다. "박용만 부회장과 박진원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박용성 회장의 장남)가 뉴트라팍이라는 회사를 미국 위스콘신에 설립,계열사 자금 870억원을 지원했다가 800억원대의 자금을 해외로 밀반출 했다"는 것이다. 박 명예회장은 또 "박용만 부회장이 자신의 동복 동생인 박용욱 ㈜이생 그룹 회장을 통해 위장계열사 형태로 운영한 ㈜넵스라는 회사를 통해 두산산업개발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5년간 독식해 1000억원대의 수의계약 및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