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브라운관 시장이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양강'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투 톱'인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브라운관 분야에서 `적과의 동침'을 선언하며 손을 잡으면서 양사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일본 등 중.하위권 업체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 사업 철수.폐쇄..업계 구조조정 가속화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소니사는 내년 봄까지 영국 브라운관 공장을 폐쇄, 유럽내 브라운관 TV 사업을 축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브라운관 및 LCD TV를 생산해 온 스페인 공장에서도 LCD TV 쪽에 집중, 유럽에서는 슬로바키아 공장만 브라운관 TV 생산 거점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소니의 이같은 브라운관 사업 축소 방침은 수익성 있는 부문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현재 고강도로 진행중인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점유율 4위를 차지했던 프랑스 톰슨(Thomson)사도 수익이 크게 악화된 브라운관 사업을 올해 안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앞서 톰슨사는 지난해 중국 TCL사에 브라운관 TV 조립 사업 부문을 매각했으며 올해 1분기 인도 비디오콘사(Videocon)에 이탈리아 브라운관 공장을 매각한데 이어 인도내 TV용 브라운관 사업 기반도 비디오콘사에 넘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 3위 업체인 대만의 중화영관도 그동안 대만 업체들이 전세계 PC 모니터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해 온 이점을 바탕으로 모니터 브라운관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왔으나 최근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LCD 가격 급락으로 브라운관 모니터가 LCD 모니터로 급속히 교체되고 있는데다 모니터용(CDT) 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TV용 브라운관(CPT) 비중은 30∼4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 세계 점유율 6위권인 오리온전기를 올해 4월 인수한 매틀린 패터슨사가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사업을 5월 별도 법인(오리온OLED)으로 분리, OLED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브라운관 사업의 향배가 다소 불투명한 상태다. ◆`투 톱' 지배력 강화..양강 구도 급속 재편 반면 세계 1, 2위인 삼성SDI와 LG필립스LCD의 `위상'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42%, 2001년 43%에 이어 2002년 50%로 절반을 넘어섰고 2003년 55%, 지난해 57%에 이어 올해는 60% 수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 브라운관 점유율은 삼성SDI 29%, LG필립스디스플레이 28%, 중화영관 12%, 톰슨 9%, 마쓰시타 8%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양사 점유율은 59%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사는 최근 슬림 브라운관 제품을 중심으로 일부 규격 통일과 부품 공유화 등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 이례적으로 공조에 나선 상태다. 양사는 브라운관 선두 자리를 놓고 오랫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으나 소모전을 지양하고 올해 2월 출시 후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슬림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 전체적인 시장 규모를 키우고 한동안 사양사업으로 치부돼 온 브라운관의 `전성기'를 다시 한 번 구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사간 협력으로 원가 절감 및 효율성 제고, 개발 시기 단축 등의 효과도 기대돼 경쟁력 우위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브라운관 시장은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등 일본업체들이 장악했었으나 99년 NEC가 모니터용 브라운관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마쓰시타, 소니, 히타치도 차례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었다. 마쓰시타와 도시바는 지난해 TV용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한 합작사 MTPD를 설립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변화하는 브라운관 사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업체들이 구조조정 작업에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국내 투 톱의 `파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