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수사ㆍ재판 원칙이 점차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교정시설 수용자 수가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는 교정시설에 수감되면 당연히 감수해야 할 것으로 인식돼온 `칼잠 고행'을 사라지게 하는 등 재소자들의 처우를 상대적으로 개선시키는 부수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정한 적정수용 기준에 비춰볼 때 여전히 `과밀수용' 상태를 면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소자 수 감소 = 1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교도소 32개를 포함해 전국 46개 교정시설에 수감된 재소자는 올 6월 한달 평균 5만3천53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1995년 한해 평균 재소자 수인 6만166명에 비해 11% 줄어든 수치다. 재소자 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6만8천87명을 기록, 최고조에 달한 이후 2000년부터 2002년까지 6만명대를 유지하다 2003년 5만8천945명, 2004년 5만7천184명으로 줄어드는 등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검찰청에 접수된 형사사건 수가 2000년 174만여건에서 2004년 205만여건으로 15%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재소자 감소는 검찰과 법원이 수년간 추진해온 불구속 수사ㆍ재판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대검이 작성한 형사사건 동향에서도 구속자 수가 2004년 1∼5월 3만4천425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2만6천815명으로 무려 2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재소자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임을 추정케 했다. ◇수감시설 환경 변화 = 재소자 감소는 수감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6평 안팎의 혼거시설에 입감된 수감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20명에 육박했으나 최근 10명 내외로 줄면서 취침시 여유공간이 생겨 옆으로 누워서 칼잠을 자던 불편을 덜게 됐다. 과거에 비해 쾌적한 환경에서 독서나 TV 시청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수감인원 감소에 따른 변화다. 2000년부터 시작돼 작년에 완료된 교정시실내 전기온돌 설치는 겨울만 되면 동상자가 속출했던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용환경을 개선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법무부는 수용거실에 싱크대와 취침등, 좌변기 설치 등 추가 환경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밀수용 여전 = 재소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정한 교정시설 수용기준이나 외국의 사례에 비춰보면 여전히 과밀수용 상태를 보이고 있다. 현행 수용기준을 보면 재소자 1인의 적정 사용 공간은 0.75평(일본은 0.78평)인데 이 기준대로 라면 현재 수용시설 규모에서는 4만6천150명을 수용하는 것이 적정하다. 독방이라고 불리는 `독거실'도 부족하다. 전국 교정시설의 1만4천여개 거실 중 독거실은 6천여개. 현재 수감된 재소자가 5만3천명인 점을 감안하면 약 4만7천명은 혼거실에서 여러 재소자와 함께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재소자들이 독거실 사용을 기피했지만 요즘은 개인생활이 보장되는 독거실 희망자가 늘고 있는 추세가 특징이다. 전주교도소에서 탈옥했다 붙잡힌 최병국씨가 "신학 공부를 하고 싶어 독방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던 것은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형자들의 원활한 사회복귀훈련 등 교정교화를 위해서는 사회환경에 근접한 생활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러나 교정시설은 예산지원의 사각지대여서 1960년대 지어진 안양교도소 등 30∼40년된 낡은 교정시설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