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에서 경찰지망생 20대 여성이 노상강도를 검거한 일을 두고 당시 자신이 강도를 검거했다고 주장하는 또다른 시민이 나타나 경찰과 웃지못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밤 경찰공무원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다 귀가 중이던 강모(22.여)씨는 대구시 남구 대명동 골목길에서 자신을 몰래 뒤따라온 김모(37)씨가 달려드는 바람에 넘어지면서 김씨에게 가방을 빼앗겼다. 김씨가 가방을 갖고 달아나자 합기도 2단 실력의 강씨는 신마저 벗어던진 채 김씨를 추격해 쓰러뜨리고는 목을 눌러 제압한 뒤 고함 소리를 듣고 달려온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김씨를 경찰에 인계했다고 당시 경찰은 밝혔다. 경찰을 지망하는 젊은 여성의 용감한 행동은 곧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이후 관할 대구남부경찰서는 강씨에 대해 표창과 함께 포상금(범죄신고 보상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이후 또다른 시민 김모(52)씨가 당시 강도를 붙잡은 사람은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나간 자신이었으며, 경찰지망 여성이 혼자서 범인을 검거한 것으로 사건이 언론에서 미화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부터. 김씨는 "강씨만이 영웅처럼 부각된 것은 경찰이 언론에 제공한 보도자료 때문"이라며 경찰에 항의했고, 급기야 12일 대구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특정인을 경찰채용 시험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피해자와 피해자를 잘 아는 경찰간 공모가 이뤄졌다"는 의혹성의 글까지 올랐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은 김씨의 주장과 게시물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자체 조사한 사건의 진상과 언론 보도 경위에 대한 답글을 다는 등 해프닝이 이어졌다. 김씨의 항의가 계속되자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했지만 피해 여성 강씨와 주민 김씨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데다 강도범 김씨조차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한 탓에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해 현재로선 진짜 유공자가 누군 지 알 수 없는 상태. 경찰은 일단 당시 현장에 주민 김씨가 있었고 강도검거에 일조한 점을 인정해 김씨에 대해서도 뒤늦게 포상 방침을 결정하는 등 결과적으로 초동 조사가 잘못됐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 돼 버렸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용맹스러운 시민에 관한 얘기로 모처럼 경찰 안팎에서 화제가 됐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당혹스럽다"며 "김씨도 공로를 인정받는 선에서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해 서둘러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