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 피를 가지신 분을 환영합니다' 언뜻 듣기에는 영화 속 흡혈귀들이 사는 동네에나 걸릴 푯말 같아보이지만 요즘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들이 품고 있는 속내다. 올 여름 혈액 부족으로 수술용 혈액 수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으며 특히 O형 부족 현상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3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적혈구 농축액 재고량은 2만4천234유니트로 지난달 15일 3만4천18 유니트에 비해 20여일만에 1만 유니트 가량이나 감소했다. 여름에 혈액 재고량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몹시 심하다는 것. 이와 관련,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방학이 되서 대학생들의 헌혈이 줄었고 요즘 처럼 비가 자주오는 장마철에는 이동 인구가 줄고 더욱 헌혈이 감소한다"며 "매년 여름 헌혈 감소를 겪지만 올해는 좀 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혈액 재고량이 줄어 지역별로 수술용 혈액 확보에 비상이 걸려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혈액형에 따라 `반가운 피'와 `덜 반가운 피'가 있다는 것. 가장 반가운 피는 O형.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적혈구 농축액 기준으로 지난 7일 현재 O형 혈액의 보유량은 2천920 유니트로 적정 재고량인 9천261 유니트의 3분의 1도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A형의 재고량이 적정 재고량인 1만1천417 유니트의 69%인 7천871 유니트에 불과하다. 반면 AB형은 3천31 유니트로 적정 재고량(3천474 유니트)에 근접하고 있으며, B형의 경우 적정 재고량(8천776 유니트) 보다 오히려 1천597 유니트나 많은 1만373유니트가 비축돼 있어 `덜 반가운 피'로 분류된다. 혈액형에 따라 이처럼 수급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두고 혈액관리본부와 관련 의료계에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혈액형이 0형인 사람은 성격이 외향적이고 활동적이어서 사고를 많이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 또 헌혈을 할 수 있는 정년은 만 60세인데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이 성격이 느긋해 오래살기 때문에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적다는 분석도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나름대로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A형 피가 모자라는 것은 A형이 이성적이고 깍쟁이 성격이 많기 때문에 헌혈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분석과 B형 피가 남아도는 것은 B형인 사람은 감성적이어서 퍼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그럴듯한 `학설'로 통하고 있다. 한편 혈액관리본부는 O형 혈액이 특히 부족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홍보 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마음같아서는 O형 헌혈자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다도 `우대'하고 싶지만 차별 논란이 일 것 같아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극심한 수급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라도 국민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O형 모시기 캠페인'이라도 해야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