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多)주택자에 대한 세금 압박에 들어가면서 전체 가구의 10%가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지는 단지가 등장하는 등 수도권 주택시장에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매물이 나오기 시작해 호가가 2000만~3000만원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매물 급증현상은 강남권보다는 수도권이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비(非)강남권 물량을 우선적으로 처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12일 일선 중개업계에 따르면 경기 구리시 인창동 한진그랑빌아파트의 경우 953가구 중 100가구 정도가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와 있다. 시간이 갈수록 매물이 늘어나 1년 이상 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5개월 전에 집을 매물로 내놨다는 조영길씨(41)는 "양도세 부담이 적은 인창동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는데 5개월 동안 집 보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 사우동에서도 전체 가구의 10% 정도가 매물로 쌓여있는 단지들이 등장했다. 김포지역에선 신도시 건설을 재료로 투자했던 외지인들이 신도시 규모가 축소된 이후 호가를 낮춰가며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같은 매물 적체 현상은 수도권 외곽의 비인기 주거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비강남권 시장이 환금성마저 상실하고 있는 것은 다주택 보유자들이 우선적으로 비강남권 물량을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강남권 아파트값이 오를 때 비강남권 아파트값은 오히려 떨어지자 실수요자들이 비강남권 아파트 매입을 기피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