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던 부동산시장에서 최근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초 시행된 1가구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60%)에도 버티던 다주택자들이 최근 발표된 양도세 탄력세율(15%) 적용 조치 및 정부의 8월 종합대책 등에 동요하며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같은 매물출회 현상은 수도권은 물론 강남이나 분당 등 인기 주거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매물 증가는 여지없이 호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달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점차 '이제 (집값이) 꼭지를 친 게 아니냐'는 불안심리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에서도 매물 출현 시작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에서도 매물이 속속 출현하면서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이상 하락하는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의 호가는 평형별로 2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지난주 7억7000만원 수준이던 가락시영 2차 17평형의 호가는 7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매물도 평형별로 3~4개 새로 나왔다. 강남구 개포동에서도 매물이 현저히 늘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5~7단지의 경우 이번주 들어서만 신규 매물이 30개 가까이 쌓였다. 그러나 매수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락동 신한공인 장찬수 사장은 "매수자들은 오를대로 오른 지금의 가격에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용인에선 차익실현 매물까지 가세 판교 재료로 집값이 급등했던 분당에서도 매물이 늘고 있다. 분당 정도공인의 고신우 사장은 "아직 관망세가 강하지만 시범단지 등 핵심지역에서도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분당지역의 일부 매물은 집값의 추가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내놓는 '차익실현'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정자동 P공인 관계자는 "고급 주상복합이 밀집한 정자동에서도 매물이 소리소문 없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용인의 경우 매물 증가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수지지구에서는 호가를 1000만~2000만원 내린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중대형 평형이 많은 성복지구도 마찬가지로 LG빌리지 3차 51평형은 호가가 8000만원 하락한 7억원 선까지 떨어졌다. B공인 관계자는 "투자목적으로 집을 샀던 사람들이 초조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하지만 매수세가 없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리 인창지구는 급매물 급증 구리 인창지구에서도 급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들의 처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인근 남양주 호평·평내지구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이사를 가기 위해 내놓는 매물도 상당수다. 인창동 한진그랑빌의 경우 전체 953가구 가운데 10분의 1 가까운 100여가구가 매물로 나왔다. 매물 증가로 2억원 선이었던 이 아파트 32평형의 매매가는 최근 1억8000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신한진공인 관계자는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집을 팔아달라는 다주택자들이 많다"며 "전체 매물 가운데 다주택자 물량이 10% 이상 된다"고 강조했다. 구리 교문지구에서도 매물이 부쩍 늘면서 4억원대를 호가하던 교문동 한가람아파트 45평형은 3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김포·파주에서도 매도문의 잇따라 김포에서도 최근 늘어난 매물이 호가를 내리고 있다. 김포 사우동 서광아파트(624가구)는 잠재매물까지 감안하면 전체 매물이 100가구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한솔공인 이운순 대표는 "서울 등지에서 들어온 다주택자들이 삼성아파트 50평형대를 가지고 있다가 지난 달 다 정리하고 나갔다"며 "최고 3억5000만원까지 호가됐던 물건을 2억9500만원 선에 팔고 나가더라"고 전했다. 파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촌지구 주공 1·4·5단지에서는 서울이나 일산 등 외지인이 투자목적으로 구입했던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