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4조원 규모의 경매시장을 놓고 법무사와 공인중개사가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법무사와 변호사가 장악 중인 경매 대리입찰 권한이 부동산 중개사에게 확대되는 내용의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이 지난 달 29일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중개사도 앞으로 경매·공매 부동산에 관한 권리분석과 취득알선,입찰대리 신청 업무를 할 수 있게된 것.이에 따라 동네 사정을 꿰뚫고 있는 중개사들은 벌써부터 경매 관련 재교육을 받는 데 '올인'하고 있다. 일반 부동산 중개의 경우 수수료가 매매가의 0.9%로 묶여 있지만 경매 대리입찰이 성사되면 낙찰가의 2%가량을 챙길 수 있어서다. 12일 온라인 부동산 교육사이트인 랜드스쿨(www.landschool.com)에 따르면 지난 달만 해도 주당 평균 52.5명에 불과했던 신규가입 회원 수가 이달 들어 99.8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교육장인 랜드스쿨 강남 본원이 지난 6일 기존 중개사를 대상으로 경매 관련 교육 프로그램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일주일 만에 100여명이 몰렸다. 랜드스쿨을 비롯한 7곳의 부동산 중개사 교육기관에서 경매 업무를 가르치는 안종현 강사는 "해마다 1만~3만명가량 합격자가 쏟아진 데다 부동산 경기마저 좋지 못해 중개사의 인기가 시들했었는데 법안 통과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연간 경매 낙찰액 14조원의 2% 내외인 2800억원을 수수료로 챙길 수 있어 중개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경매시장 규모는 6조9412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법무사들은 "당분간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매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선인법무사합동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명도 권한은 여전히 변호사에게 있는 만큼 중개사 혼자서 모든 경매 절차를 마칠 수 없다"며 "음성적으로 활동 중인 경매꾼의 상당수가 부동산 중개사인데 이들에게 합법적인 권한을 준 정도로 법안 통과의 의미를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 법률이 시행되는 내년 1월부터 경매시장은 부동산중개사의 가세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와 관계 없이 일단 새로운 고객층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을 사기 위해 중개업소를 찾는 소비자의 대부분은 그동안 구입 절차가 복잡해 경매 물건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중개사들의 '권유'에 힘입어 새로운 경매 소비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국의 공인중개사는 18만여명,공인중개업소는 7만3400여개에 달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