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노동관련 정부 위원회를 탈퇴한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빗나간 노동정책에 대한 시정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노동계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7일 노사정위원회 탈퇴 선언에 이어 산별대표자회의와 지역본부의장단회의 등을 통해 중앙ㆍ지방 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직 사퇴를 결의하고 시기와 방법을 집행부에 위임했다. 민주노총도 14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동위원회 등 노동부 산하 정부 위원회 탈퇴를 논의할 예정이며 한국노총과 협의해 각종 정부위원회에서의 단계적인 탈퇴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의 노동위 근로자위원은 중앙과 지방을 합쳐 168명, 민주노총은 133명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노총 정길오 홍보본부장은 "정부 위원회 탈퇴는 정부의 반(反) 노동자적 노동정책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기적인 불이익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개별 근로자의 부분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차원에서 정부 위원회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대 노총의 노동위를 비롯한 정부 위원회 탈퇴가 개별 근로자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고 있다. 노동계가 노동위를 탈퇴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계류중인 심판사건 처리과정에서 근로자 입장을 대변해줄 창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말 현재 노동위에 계류중인 심판사건은 중노위 575건(부당해고 439건, 부당노동행위 133건, 기타 3건), 지노위 799건(부당해고 624건, 부당노동행위 158건, 기타 17건) 등에 이르고 있다. 노사 분규시 양측 입장을 조율해주는 조정위원회의 경우도 근로자 위원이 빠질 경우 조정회의 자체가 구성되지 못해 파행이 불가피하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런 점들을 감안해 노동단체의 정부 위원회 탈퇴가 바람직하지 않은 대안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승욱 부산대 교수는 "노동단체의 정부 위원회 참여는 권리이자 의무이며 노동위원회의 경우는 개별 근로자의 권익과 직결될 수 있다"면서 "정부 위원회 탈퇴는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훈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비정상적인 노정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의 정부 위원회 탈퇴는 소수 집단에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전체 이익과는 상반될 수 있다"며 "노동계가 쓸 수 있는 바람직한 `카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와 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 최저임금심의위원회 등을 비롯해 정부 각 부처 산하 70여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