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최근 들어 한층 강화하고 있는 수요억제 정책에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라는 '현실론'을 가미하는 쪽으로 부동산정책의 큰 방향을 잡았다. 세무조사라는 '칼'을 빼들어 다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팔도록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게 수요 억제책이라면 6일 저녁 당정이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확대키로 한 것은 공급 측면에서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중대형 공급확대 왜 나왔나 당정은 이날 협의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거래 투명화 △투기이익 환수 △공공부문 역할 확대라는 3대 원칙을 재확인한 데 이어 중대형 아파트 공급확대를 부동산 대책의 기본 틀에 추가했다. 정부는 그동안 강남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공급부족보다는 투기적 가수요 쪽에 무게를 더 실어왔다. 그러나 주택가격 급등이 투기적 가수요 외에도 풍부한 유동성과 강남 등 특정지역의 수급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서 비롯됐다고 판단,수도권 집값 상승 확산을 막기 위해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전용면적 25.7평 초과택지 공급이 잠정 보류된 판교 신도시에도 지금보다 중대형 평형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교뿐 아니라 중대형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이 펼쳐질 전망이다. 따라서 김포 파주 등 앞으로 주택이 공급될 신도시 중에서도 주택 수급상황에 따라 중대형 평형 공급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 투기=범죄행위'로 규정한 정부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부동산투기는 범법은 아니지만 사회적 범죄행위"라며 "근원적으로 시장교란 요인을 찾아 부동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부동산 소유상태를 분석하고 부동산을 사고 팔 때 누구에 의해 부동산 매매가 결정이 되는지 등의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하면 상당히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결정과정에서 투기세력의 개입증거를 정부가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전방위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에는 이번에도 국세청이 앞장섰다. 1차 과녁은 이미 예고한 대로 강남 분당 용인 등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의 1가구 3주택 이상 집부자들로 선정됐다. 6일 시작된 1차 세무조사 대상은 이 지역의 4주택 이상 보유자 중 세금 탈루혐의가 있는 212명이다. 본인은 물론 관련사업체 73개도 조사 대상에 들어갔으며 이 중 56개 업체에 대해서는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이날 바로 관련 서류를 압수했다. 부동산 불안의 진원지로 지목된 다주택자에 대한 2차 조사는 9월에 시작된다. 국세청은 "9월께 2차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그때는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자로 범위가 확대되고 국세청 투입인력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세청이 이 같은 '다단계 조사'를 통해 노리는 것은 집부자들로 하여금 '잉여주택'을 팔게 만들어 집값 거품을 끄고 공급을 확대하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두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 선정 기준일을 8월31일로 잡고 이때까지 집을 팔아 매매등기가 완료돼 3주택 미만이 될 경우 일제 세무조사 대상에서 면제해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세청은 3주택 이상 소유자 중 상당수는 가족으로부터 자금을 증여받고 증여세를 탈루했거나 본인이 운영하는 기업의 자금을 빼내 부동산에 투자,법인세를 탈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용준·김인식·양준영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