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내의 부녀회 등이 아파트 가격을 담합하는 불공정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특히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한정됐던 이런 현상이 강북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어 그동안 내집마련을 어렵게 준비해왔던 무주택 서민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나 관련 부처들은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고 자기부처 소관업무가 아니 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태다. 26일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와 부동산업계에 따 르면 아파트단지 부녀회 등의 가격담합이 강남의 일부지역에서 머물지 않고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은평구의 한 아파트단지 반상회에서는 일정 가격 이하로는 보유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지 말자는 의견이 쏟아졌다. 반상회의 한 참석자는 "강남.분당.일산처럼 아파트 가격을 관리하자는 격앙된 의견들이 나왔다"면서 "단지 1개동 차원의 담합은 실효성이 없으니 우리 동이 선도 적으로 나섬으로써 다른 동도 따라오도록 하자는 견해가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구매자)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 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답 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동작구에 살다가 최근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는 한 주민은 "동작구 시절 반상 회에서 이웃의 아파트 가격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우리가 이보다 낮으면 되겠느 냐는 지적과 함께 일정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자는 견해가 나왔다"고 말했 다. 부동산컨설팅사의 한 관계자는 "매도자 보다 매수자가 많은 상황에서는 이런 가 격 담합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며 "특히, 아파트 주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여러지역 의 가격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담합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의 경우 담합된 가격 이하로 거래를 성사시키면 주민들로부터 `앞으로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기 때문에 부녀회 등의 눈치 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정책을 맡고 있는 재경부,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건교부, 공정경쟁 을 유지해야 하는 공정위 등은 이런 가격 담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 담합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판단아래 내 부 논의를 해봤으나 소관 법률인 소비자보호법 등으로는 어떤 대책을 내놓기가 불가 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은 사업자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아닌 개인을 규제하기는 힘들다"며 "소비자와 소비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에 나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획부동산 등이 아파트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이른바 `작전'도 벌어지는 등 부동산시장이 더욱 어지러워지고 있으나 당국의 감시와 통제 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사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분당지역의 경우 `통정매매'를 비롯 한 불공정 행위가 적지 않다"면서 "이는 실질적인 매매 없이 가격이 뛰는 이유증의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이상원.이 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