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인도 프로젝트는 무엇보다도 세계화를 통해 창사이념인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신화를 재창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세계 철강업계는 국경을 초월한 M&A(인수합병)로 덩치를 키우면서 원료확보와 원가절감 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활용해 경쟁력을 키워가는 추세다. 지난 2002년 프랑스와 스페인, 룩셈부르크의 철강업체들이 모여 세계 1위의 아르셀로(4천690만t)를 만든데 이어 같은 해에 일본의 NKK와 가와사키제철은 JEF스틸이라는 세계 4위의 철강회사(3천113만t)를 탄생시켰다. 특히 영국의 미탈스틸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인터내셔널 철강그룹(ISG)을 인수, 아르셀로를 제치고 세계 1위(6천500만t)로 등극했으며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2001년 세계 1위에서 2002년 3위, 지난해에는 5위까지 미끄러졌다. 철강업계가 이처럼 통합화, 대형화에 나서는 것은 몸집이 클수록 원자재 구매가 쉽기 때문으로 원료비가 원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업계의 특성상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저렴한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 국내에서는 개인당 철강소비량이 세계 최고인 1천㎏에 육박, 철강산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70년대에 20%대였던 철강수요 증가율이 최근에는 3%대까지 내려앉았다는 점도 포스코가 인도행을 택한 이유다. 국내 설비확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인도는 세계 6위의 철광석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이제 경제성장의 초기단계인 만큼 앞으로 철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에 포스코 입장에서 최고의 투자처인 셈이다. 인도는 특히 10여년째 연평균 6%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나 개인당 철강소비량은 우리나라의 3% 수준인 30㎏에 불과해 향후 철강산업이 급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고 철광석 자체도 양질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가 이번 프로젝트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다른 이유는 철강 역사상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짓는 회사는 포스코가 처음이고 지금까지 인도에서 광권을 부여받은 외국업체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일관제철소의 특성상 생산규모가 1천만t 이상은 돼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포스코는 인도에 총 1천200만t의 제철소를 지을 계획이어서 규모나 생산성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현재 3천500만t 규모인 철강 생산량을 2020년까지 1억t, 개인당 철강소비량을 10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인도는 철강산업을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삼기 위해 그동안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누 닐잔 철강차관을 위원장으로 10개 부처의 차관급 인사가 참여하는 지원그룹을 구성, 포스코의 현지 진출을 적극 지원했다. 현재 포항과 광양에 10기의 고로를 운영, 연간 3천만t의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는 인도 제철소가 완공되면 세계 2∼3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인도 사이에 장기적 동반자 관계가 형성된 가운데 포스코의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인도 러시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바네스와르=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