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가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 흥덕지구에서 시범 실시된 이후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고(高) 분양가를 잡기 위해 도입한 병행입찰제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아파트 품질만 크게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다. ○분양가 인하효과 거의 없어 판교신도시에 앞서 시범적으로 실시됐던 흥덕지구 택지 입찰에선 경남기업과 자회사인 대아레저산업이 총 3개 필지 중 연립주택을 제외한 2개 필지를 낙찰받았다. 이 회사의 전략은 분양제시가격을 높게 유지하되 채권을 최대한 많이 사는 것이었다. 경남기업은 3-1블록의 채권매입액을 771억원,3-3블록의 채권매입액을 422억원씩 각각 써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가격은 두 필지 모두 평당 908만원으로 제시,2위 업체(909만원)와 1만원밖에 차이를 두지 않았다. 토지공사의 분양 기준가(909만원)에 근접한 가격이다. 분양제시가격을 800만원대로 낮춘 대신 채권매입액을 적게 써낸 업체들은 순위 안에 끼지도 못했다. 경남기업 박준홍 팀장은 "사전에 정밀 분석한 결과 같은 비용이라면 분양가를 낮추는 것보다 채권을 많이 사는 게 2.45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립주택 용지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했다. 하나로종합건설이 단독 응찰한 4-1블록의 분양제시가격은 평당 1990만원으로 기준가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토공 관계자는 "분양제시가격을 기준가보다 일정 수준 높이지 못하게 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품질저하 우려 이 때문에 병행입찰제 택지에 지어질 아파트의 품질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택지를 낙찰받기 위해 무리하게 채권매입액을 써낸 건설사들이 손해보지 않기 위해선 최대한 저가의 원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흥덕지구 택지를 낙찰받은 경남기업 관계자는 "채권매입액을 최대한 많이 써내긴 했지만 자체 시뮬레이션 실행 결과 손해를 볼 정도는 아니다"면서 "하지만 서울시내 수준의 아파트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토지 비용,금융 비용,채권매입액 등은 추후 조정 여지가 없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요인은 건축비밖에 없다"면서 "병행입찰제 택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에선 기대 이하의 품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는 ] 전용 면적 25.7평 초과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공공택지를 공급할 때 분양가를 낮추면서 채권 매입액을 많이 써내는 건설업체에 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제도다. 이 때 응찰업체가 써내는 분양가 및 채권 매입액을 각각 3 대 7의 비율로 반영해 낙찰자를 결정하게 된다. 건설교통부가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막고 건설사들의 개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지난 5월 도입했다. 용인 흥덕지구에 이어 판교 파주 김포 등 대부분의 신도시나 택지개발 예정지구에서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