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25.7평 초과) 용지 공급절차를 잠정 유보키로 한 것은 최근의 집값 불안이 중·대형 평형의 공급부족 불안심리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풀 수 있는 해법을 내놓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가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평형 공급을 늘려 강남의 중·대형 수요를 흡수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일괄분양 예정이던 판교신도시의 아파트 공급 일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대형 택지 공급 왜 보류했나 최근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급등세는 앞으로 중·대형 평형이 모자랄 것이라는 불안심리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따라서 강남 대체 신도시로서 최적의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는 판교에 중·대형 아파트를 추가 공급해 집값 안정을 꾀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세부 방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오늘 회의에서 구체적 대안까지는 가지 않고 현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구성될 당정 실무대책단에서 방안을 마련한 뒤 당정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최근 제기되고 있는 중·대형 평형 공급 확대,공영 개발,개발밀도 상향 등 모든 대안을 검토 대상으로 보면 된다"며 "오는 8월까지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대형 공급 얼마나 늘까 정부가 판교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로 방침을 정할 경우 예상되는 공급 증가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공급 물량을 10% 미만으로 소폭 늘리는 방안이다. 판교에 들어설 주택수가 현재 2만6804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2600가구 안팎이다. 이 경우엔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따로 협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개발 및 실시계획만 변경하면 곧바로 아파트 용지를 공급해 분양에 나설 수 있어 공급 시기가 4~5개월 정도 늦춰질 뿐이다. 반면 공급 물량을 10% 이상 늘릴 경우에는 사전환경성 검토 여부를 놓고 환경부와 반드시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때 환경부가 사전환경성 검토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개발계획이나 실시계획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특히 공급물량 증가분이 30%(8000가구)를 넘길 경우 무조건 사전환경성 검토를 다시 받아야 하는 만큼 아파트 공급 시기는 1년 이상 늦춰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오는 8월까지 판교의 중·대형 공급 물량을 늘리는 쪽으로 결론을 낸다면 증가분은 10~30%(2600~8000가구) 범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판교 공급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이로 인해 집값 불안이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대형 분양 내년으로 미뤄질 듯 정부가 판교 개발계획을 어떤 식으로 바꾸든 중·대형 아파트 공급 시기는 내년으로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8월까지 당정 협의 등을 거쳐 공급 방식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기로 한 만큼 물리적으로 올해 분양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11월에는 중·소형 아파트(7680가구)와 임대아파트(중형 임대 포함 3911가구) 등 1만1591가구만 분양하고 중·대형 평형(당초 4566가구)은 내년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급 증가분이 10% 미만일 경우에는 내년 상반기에 분양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일 경우에는 내년 하반기나 오는 2007년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