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오늘 골이 가장 의미있는 득점이었어요." 박성화호의 '캡틴' 백지훈(20.서울)이 2005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에서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생애 최고의 날을 보냈다. 후반 44분에 터진 박주영(서울)의 동점골로 술렁이던 16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에멘스타디움. 전광판 시계가 멈춘 가운데 백지훈은 박주영의 슈팅이 골키퍼에 맞고 흘러나오자 이를 놓치지 않고 왼발로 차넣어 역전 결승골을 뿜었다. 스스로도 "처음에 찼을 때는 안 들어가는 줄 알았었다. 들어간 뒤에도 멍한 느낌이었다. 골 세리머니를 하려고 준비했던 것이 있었는데 너무 갑작스러워 그냥 뛰어다니기만 했다"고 밝힐 정도로 극적인 순간.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돌아온 백지훈은 담담한 표정을지으면서도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이날 득점포를 단연 '축구인생 최고의 골'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백지훈은 이어 "16강 진출이 고비를 맞을 수도 있었는데 제 골로 거기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는 게 기쁘다"며 감격을 토로했다. 끌려가던 승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막판에 힘을 낸 원동력은 팬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부터 인터뷰 때마다 '4강 이상이 목표'라고 말해왔던 백지훈은 "경기 전에 동료들과 '우리가 4강 이상이 목표라고 했는데 여기서 지면 거짓말을 한 것이 되지 않나'며 결의를 다졌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챔피언이자 1차전에서 브라질과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의 강팀인 나이지리아였지만 막상 겨뤄보니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 백지훈의 전언. 백지훈은 또 "수비보다는 공격을 중시하게 되면서 플레이가 살아났다"며 먼저 실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공격에 대한 집중을 높인 것이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제 남은 상대는 디펜딩챔피언 브라질. 백지훈은 "상대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나니 저희가 한 템포 빨리 볼을 처리하고 협력 플레이를 해야 할 것"이라며 다음 승부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에멘=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