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노동조합 연합체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이 산별 노조의 잇따른 탈퇴로 해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AFL-CIO 산하 주요 노조인 서비스노조국제연맹(SEIU)이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AFL-CIO 탈퇴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식품상업연합노조(UFCW) 전미트럭운전사노조(Teamsters) 등 AFL-CIO 산하 4개 산별노조들도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SEIU를 포함한 이들 5개 산별노조의 조합원은 AFL-CIO 산하 전체 노조원의 약 40%에 달하고 있어 이들이 이탈할 경우 AFL-CIO가 사실상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AFL-CIO에는 총 1300만명의 조합원을 가진 58개 산별노조가 가입해 있다. ◆집행부 영향력 크게 위축 AFL-CIO 산하 주요 노조들의 탈퇴 움직임은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955년 AFL-CIO 창립 당시 전체 근로자의 33.0%에 달했던 조합원 비율은 현재 12.5%로 급감한 상태다. 공무원 등 공공 부문을 제외한 민간 부문만 계산할 경우 조합원 비율은 7.9%에 불과하다. 1995년 취임한 존 스위니 위원장의 지도력 부재도 AFL-CIO 분열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앤드루 스턴 SEIU 위원장은 "스위니 위원장 체제가 10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관료주의에 물들어 조합원 확대와 노동조건 향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노조 가입률 하락은 스위니 집행부의 무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정사정도 열악해졌다. 스위니 위원장 취임 당시 6100만달러였던 쟁의 기금은 현재 3100만달러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섬유·호텔 노조 대표 브루스 레이노르는 "AFL-CIO의 영향력이 막강하던 시절에는 조합원이 비조합원보다 월급이 많고 근무 여건도 좋았으나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 관심 없어 AFL-CIO 집행부는 선거 때마다 1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민주당에 몰아줄 정도로 친(親) 민주당 성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달아 패해 AFL-CIO의 정치적 영향력도 동반 추락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노조가 민주당의 현금지급기냐"며 "집행부가 환경보호 수입규제 세금인상 등 민주당 주장에 집착하다보니 공화당이 주도하는 일자리 늘리기 노력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노동문제 전문 컨설턴트인 드렉 먼로는 "미국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해외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데도 AFL-CIO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안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