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요억제 일변도의 기존 부동산대책에서 공급확대를 동반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는 2003년 '10·29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수그러드는 듯했던 주택값 급등세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다시 분출하자 13일 국무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동원 가능한 모든 대책을 취합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세금과 금융정책을 총동원해 투기수요 억제에 나서되,일정한 공급확대 없이는 강남권(강남 분당 판교 용인 등) 아파트값 급등세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 등을 다각도로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선 세금제도를 통한 수요억제 대책이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투기지역에선 이미 40%로까지 떨어진 주택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 추가 인하 등 '금융 처방'도 별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오히려 부작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서울 강남을 대체할 판교 규모의 신도시 건설계획을 구체적으로 짜는 한편,강남 내부에서도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용적률 규제나 층고 제한 등 각종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 때문에 투기 억제가 골자인 '10·29 대책'으로 큰 실패를 경험한 노무현 정부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제시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의 골격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투기 압박에 세금 우선 동원 정부는 이번에도 일단은 국세청 총 동원령을 내릴 태세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0일 "투기수요에 의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팀을 투입해 자본 이득에 대해 철저히 과세하고 거래자금의 출처도 파악하겠다"고 밝혀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판교 등지에 대한 국세청의 집중 세무조사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국세청은 수도권 외에 행정중심도시 기업도시 등 각종 개발을 재료로 급등한 지역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키로 해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여기에다 집값 급등지역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 중 기준 시가를 또다시 상향조정해 재산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설교통부에서는 서울 강남과 분당·용인 등 집값 급등지역에 대해 투기적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주택거래허가제 발동설까지 흘리고 있다. ◆금융회사 대출도 억제 검토 정부는 '10·29 대책' 직후에 실시했던 금융감독 당국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실태점검을 이번에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태점검을 통해 은행들이 금융감독당국의 주택담보인정비율 권고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작정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현재 일반지역의 경우 주택가격의 6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으며,투기우려지역과 투기지역에 대해선 그 비율을 각각 50%와 40%로 낮춰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부동산시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과열될 경우 한은 소관법령을 근거로 은행의 주택담보인정비율을 줄이거나 대출 최고한도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로 '대출승계'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출승계란 은행대출을 끼고 산 아파트를 팔 때 아파트와 대출을 매수자에게 함께 넘기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방안은 시장원리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