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2월24일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6개월여만에 다시 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작년 말 대책이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중견 벤처기업에 비중을 뒀다면 보완 대책은 창업 초기 벤처 지원과 벤처기업의 투자.경영 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작년 말 대책으로 회복된 벤처업계의 역동성을 확산시키고 기술정보(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신(新)산업분야의 창업 촉진을 유도하기 위해 보완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캐시카우' 신산업분야 창업 촉진 정부는 작년 말 대책으로 늘어난 벤처기업의 창업을 IT, BT, NT 등 신산업분야로 확대시킨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캐시카우(Cash Cow: 안정적인 주요 수입원)' 창출을 위해서는 신산업분야의 창업을 촉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창업 초기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형 경제체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식과 첨단.혁신 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로 경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창업 초기 벤처기업은 기술을 사업화하는 능력의 부족,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성장단계에 진입하는 확률이 낮고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도 창업 3년 미만의 기업에 대한 투자는 꺼리고 있다.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 비중은 2001년 58.8%에서 매년 감소, 지난해 21.2%까지 줄었다. ◆창업 초기 기업 지원 강화 정부는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 창업 보육 기능을 강화하고 이들에 대한 투.융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창업 보육 기능 강화를 통해 실력과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을 시장에 배출하고 이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말 현재 289개에 달하는 창업보육센터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보육 성과가 없는 곳에 대해서는 보육센터 지정을 취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10개의 보육센터를 선정한 뒤 벤처캐피털에 위탁, 보육센터의 사업화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육센터부터 내실화하겠다는 의지다. 또 BT, NT 등 장기간 보육이 필요한 분야의 보육센터 입주 기간을 현재의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보육센터를 자동차 및 기계(부산), 광산업(광주) 등 지역특성에 맞게 전문화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투자조합에 대해 모태펀드의 출자비율을 30%에서 최고 50%까지 늘려주고 중소기업진흥 및 산업기반조성기금의 개발.특허기술 사업화 융자지원 규모를 연간 1천억원 수준으로 확대해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융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벤처캐피털 투자규제 완화..벤처생태계 조성 창업 초기 지원 뿐 아니라 벤처기업의 역동성이 확대될 수 있도록 벤처기업과 관련한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인력양성, 수출촉진 등을 통해 자생력 있는 벤처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종전까지는 벤처캐피털의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권 확보가 제한돼 있어 창업초기 기업의 자금조달,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에 애로가 있었다. 창업 초기 단계의 중소.벤처기업 특히, 자본금이 적은 기업은 벤처캐피털로부터 충분한 자금조달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창업주나 경영진의 경영 능력이 부족하거나 도덕적 해이가 있어도 창업투자회사가 지원하거나 견제하기 곤란했다. 또 창업주가 인수합병(M&A)을 찬성하지 않아 다수의 벤처기업이 생계형 회사로 전락, 부실화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창업지원법 시행규칙을 고쳐 창투사, 창업투자조합이 7년 이내의 창업기업에 대해 경영지배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직접투자와 창투조합을 통한 간접투자를 병행하고 있는 창투사의 투자 방식을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직접 설립한 유한회사가 투자조합으로 참여해 조성한 펀드를 통해서만 투자하는 미국식 벤처투자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창투조합 출자자와 창투사의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 고급인력 양성 지원, 기술자료 예치제도(에스크로) 도입 등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제도 보완, 중소.벤처 수출 기업에 대한 수출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주겠다는 방침이다. ◆경기 회복 기여 기대 정부의 벤처 보완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경기 회복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 창업이 활성화되면 코스닥시장 상승세가 지속되고 경기회복에 대한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기대심리가 다시 살아나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벤처 대책으로 연초에 코스닥시장이 상승장을 구현, 소비 심리가 회복되는 등 단기 효과가 나타났었다. 이번 보완 대책도 시장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지난달 소폭 하락하며 주춤했던 소비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잇단 지원책 벤처 자생력 상실.거품 우려 하지만 정부의 계속된 벤처 대책이 벤처 업계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뺏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벤처 보완 대책으로 새로운 벤처 기업이 탄생한 뒤 성공하지 못할 경우 2001년의 `벤처 거품'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벤처기업 육성책으로 무분별한 과열현상이 확산되면서 일반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에 열중했고 일부 벤처기업 사업자들은 `머니 게임'에 치중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창업 초기 단계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이 벤처기업에 대해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고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성장단계별로 차별화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벤처투자자금의 주요 공급자인 벤처캐피털의 규모는 영세해 벤처투자가 장기적이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