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4일 국민경제자문회의(3차 부동산정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부동산 투기로는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제도와 정책을 만들라.특수한 시장에서 거품수요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기반시설부담금제 도입 등을 담은 5.4대책과 5.6대책을 잇따라 내놓자 여론이 들끓었다. 한쪽에서는 "토지 국유화로 가려는 것 아니냐"며 펄쩍 뛰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세제를 강화해서라도 불로소득인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며 맞받아쳤다.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정부와 당사자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땅값 안정을 위해 개발이익 환수를 내세우는 한편 땅주인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공공사업용으로 수용되는 토지의 보상가를 놓고도 땅주인들은 개발이익을 반영한 시가(時價) 보상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는 공시지가를 토대로 산정한 감정가를 제시하고 있다.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맡고 있는 학계에서조차 신자유주의자냐,조지스트냐에 따라 '백가쟁명(百家爭鳴)식 해법이 난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시장을 둘러싼 이 같은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데는 무엇보다 '땅값이 올라 발생하는 개발이익(차익) 환수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16조원 대 1000억원 개발이익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보인 사례가 판교신도시를 둘러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정부측의 공방이다. 경실련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통해 "판교신도시 개발로 모두 16조3569억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정부와 공기업이 독점개발권을 이용해 모두 10조614억원을,민간업체와 일반소비자가 6조2955억원의 차익을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기업과 지자체가 판교 땅을 평당 88만원에 강제 수용해 조성한 469만원짜리 택지를 1269만원에 판매해 결국 평당 800만원씩의 땅값 차익을 가져간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유상 분양면적 중 14만평이 초과 계산됐고 간접비 2조원도 누락되는 등 경실련의 계산방법에 착오가 있다"며 "실제 개발이익은 약 1000억원에 불과하며 이것도 대부분 임대주택과 시설 투자 등 지역공공사업에 재투자된다"고 반박했다. 경실련과 정부측 주장에 무려 163배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좁혀지지 않는 개발이익 시각차 전문가들은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발이익에 대한 시각차가 너무 큰 게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국가들이 개발이익을 '땅값 상승분에서 토지소유자의 직접 투자를 제외한 증가분'으로 보고 보유.이용.개발.처분 등 단계별로 이익의 일부를 공공이 환수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 정희남 연구위원은 "헌법재판소가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토지문제 핵심인 땅투기와 토지소유 편중을 완화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판시했는 데도 우리의 경우 땅값 상승분 중 직접적인 개발과 관련된 이익만이 사회적으로 환수돼야 한다는 오해가 널리 퍼져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개발이익의 개념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재정립하고 환수목적도 개발에 따른 비용과 수익의 공평한 배분으로 단순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이정전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토지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해법을 놓고 쉽게 합의하지 못하는 것은 토지의 다양한 특성과 시각차 때문"이라며 "결국 생산요소.재산.소비재라는 세 가지 용도의 적정비율을 정하고 유지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 윈-윈 해법 찾아야 각종 개발정책이 쏟아지는 마당에 땅값이 오르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땅값에 집착하기 보다 개발이익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이익을 100% 환수할 수는 없는 만큼 한쪽에 집중되지 않도록 적정한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개발이익,특히 주변지역에서 나오는 이익의 대부분이 땅주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상 어디에도 적정 환수비율을 가려줄 만한 공식은 없다"며 "결국 경제주체들이 모두 용인할 수 있는 기준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손경환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실장은 "개발이익의 일부를 공공(정부나 지자체)이 환수해 국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재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