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제품은 가라.


정보통신(IT)기기들이 날씬해지고 있다.


과거 기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날로 두꺼워지던 IT기기들은 '디자인 싸움'으로 경쟁의 축이 변하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있다.


인류사를 통해 빈곤의 시대에는 풍만한 체형이, 풍요의 시대에는 호리호리한 몸매가 각광받았듯 기술 풍요의 시대에 날씬한 제품들이 각광받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날씬한 휴대폰 속속 등장


모토로라는 이달 초에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초슬림형 휴대폰 '레이저'를 출시한다.


면도날처럼 얇다는 이름(레이저)처럼 '얇은 것'을 주무기로 삼은 제품이다.


폴더를 열었을 때 가장 얇은 부분의 두께가 6mm에 불과하고 폴더를 접어도 두께가 14.5mm 수준일 뿐이다.


무게는 98g으로 100g도 안 되는 초경량 제품이다.


초슬림형임에도 불구하고 130만화소의 카메라를 갖췄고 MP3플레이어 기능도 충실하다.


항공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소재를 보디에 채용해 얇지만 견고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한 정보통신 전문전시회에서 공개한 초슬림폰 'SCH-V740'도 두께가 모토로라의 레이저와 동일한 14.5mm다.


무게도 98g으로 동일하다.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얇고 가볍다는게 회사측 설명.여기에 120메가바이트(MB) 메모리와 130만화소 카메라,블루투스,MP3 등 첨단 기능을 두루 갖췄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프리미엄폰인 500만화소폰 'SV550'은 고화소폰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두께를 18mm 수준에 맞췄다.


슬림을 디자인의 기본컨셉트로 삼아 고화소폰의 투박한 이미지를 없애는 데 주안점을 뒀다.


오토포커스 CCD 카메라를 기본 탑재했고 2인치 크기의 대형 QVGA LCD 창을 내장했다.


인테나 스타일로 안테나도 감췄다.


팬택계열의 'P1'은 초소형 디카에 안테나만 붙여놓은 듯한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다.


두께가 15.8mm로 슬림하면서도 200만화소 카메라를 갖췄다.


이와 함께 휴대폰 허리가 270도 회전하는 셀카폰 SKT용 '큐리텔 PT-S100'과 KTF용 '큐리텔 PT-K1000'제품도 두께가 18.9mm인 초박형 제품이다.


팬택계열은 3분기 중 두께가 16~17mm에 불과한 독특한 디자인의 슬림폰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디지털카메라도 슬림 바람


휴대폰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에서도 날씬한 제품이 점차 주류를 이뤄 가고 있다.


삼성테크윈이 최근 선보인 500만화소 디카 '#1'은 렌즈와 경통을 본체 내부에 설치하는 이너줌 방식을 채택,두께가 17.3mm인 날씬한 제품이다.


스테인레스 재질로 몸체를 구성,슬림형 제품의 약점인 내구성도 보완했다.


이 제품은 특히 초슬림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이프 플래시' 기능과 문자를 찍을 경우 문서파일로 전환시키는 기능 등 고급 기능을 다수 내장했다.


올림푸스한국의 'FE-5500'은 두께가 18.5mm인 500만화소급 컴팩트형 디카다.


무게도 125g으로 가볍다.


한손으로도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고 광학 3배줌에 디지털 4배줌을 채택했다.


인물사진 풍경 등 총 8가지 종류의 장면 프로그램모드를 탑재했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캐논의 '익서스 i5'도 두께가 19mm로 안정된 그립감과 슬림형 디자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이다.


500만화소에 9점측거 방식의 자동 포커스 조절 기능을 갖췄다.


○노트북,데스크톱 더 날씬


휴대성이 더욱 강조되는 노트북 제품의 경우 노트북은 종이공책처럼 점점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말 내놓은 12.1인치 초경량 와이드 노트북인 '센스Q30'의 경우 최박부의 두께가 18mm로 손가락 한 마디보다 짧다.


무게도 1.09kg에 불과하다.


LG전자의 소노마 노트북인 'X노트 익스프레스 LM70-P6MK'는 두께 24.4mm로 15인치 제품으로는 세계 최박 수준이다.


무게도 2.3㎏으로 휴대도 간편하다.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과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그래픽 카드를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모든 규격의 DVD 타이틀을 보고 저장할 수 있도록 DVD 슈퍼멀티드라이브도 장착했다.


도시바코리아의 소노마 노트북 '포테제S100'도 14인치 크기에 두께 2.28cm,무게는 1.99㎏이다.


삼보컴퓨터의 데스크톱PC인 '드림시스 AAU631-ST11'은 제품의 폭이 10cm로 담배 갑 높이(9.9cm) 정도에 불과하다.


검지와 중지를 벌린 수준의 폭이라는 것.같은 회사의 올인원 PC인 루온 올인원의 경우 LCD모니터 표면부터 제품 후면까지의 두께가 9.9cm의 초박형 제품이다.


한국HP의 개인휴대단말기(PDA)인'HP iPAQ 포켓PC rz1717'은 두께가 13.4mm로 일반인의 손톱 정도 두께의 제품이다.


가볍고 얇아 휴대하기에 안성맞춤인데다 통합개인정보관리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다.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일정과 연락처를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진,음악,영상 자료를 담아 즐길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IT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IT제품의 기술이 발전하지만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주관적인 기술발전의 수준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에 따라 디자인,특히 슬림형을 강조한 IT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