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는 어떤 사람들이 많이 낼까.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재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의 운전 스타일이 자녀의 운전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부모의 운전 습성이 난폭하면 자녀들도 이를 답습해 사고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부모 중에서도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버릇을 더욱 닮는 것으로 나타나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는 우리 속담이 교통현장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 미국의 보험회사인 AIU사는 자동차사고의 유형을 혈액형으로 분석한 적이 있다. 혈액형에 따라 운전성향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즉 A형은 운전대만 잡으면 속도감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과속형이고,B형은 주의력이 산만한 잔사고 다발형이고,O형은 자기보호 본능이 강한 대인사고 다발형이고,AB형은 잡념이 많은 충돌사고 다발형으로 구분했다. 사고 당시의 다른 요인들을 무시한 분석이어서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지는 의문이나,우리 도로교통안전협회도 혈액형에 따른 사고율을 조사했었다. 경찰청은 엊그제 '운전면허 취득연수별 교통사고 현황'을 내놓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해 발생한 22만여건의 교통사고 중 40%를 10년 이상의 베테랑 운전자가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사고의 비율도 초보운전자보다는 베테랑 운전자들이 훨씬 높았다. 이는 곧 운전경력이 안전운전과 역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끼어들기 챔피언''불법 U턴왕''총알 탄 사나이' 등의 닉네임이 붙은 사람들은 예외없이 운전경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이어서 사고확률이 높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거리의 전사(戰士)처럼 날뛰는 베테랑 운전자들의 나쁜 운전습관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에 치명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자동차가 신발처럼 생필품이 되어가는 현실에서, 여유롭고 편안한 운전이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거울에 자기 전신을 비춰 보듯,차제에 자신의 운전습관을 한번쯤 점검해 보면 어떨까 싶다. 부모를 닮는다는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