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경제 설명회(IR)에서 정부와 노동계의 고위 관계자가 함께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한국의 노사관계 실상을 소개하고 이에 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18일 (현지시간) 뉴욕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증권선물거래소 주최로 열린 IR 행사의 기조연설을 통해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는 달리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CNN이나 BBC 방송을 보는 사람은 한국이 온통 공격적인 노조들로 가득차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로자들의 노조 조직률이 12%에 불과하다"는 윌리엄 오벌린 전(前)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부회장의 말을 소개했다. 이 장관은 "한국의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거나 '대량보유주식 보고 제도(일명 5% 룰)'나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 제한 움직임,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등을 들어 한국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 또한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6%로 고도성장기보다는 낮았지만 잠재성장률에 근접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 '5% 룰'이나 세무조사는 국제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으며 은행의 외국인 이사 제한은 국회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이 장관은 밝혔다. 유재섭 한국 노총 수석부위원장은 "한국은 노사분규가 잦고 노동시장이 경직됐으며 생산성에 비해 인건비만 높은 나라로 잘못 알려져 있었지만 이런 인식은 상당부분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위원장은 "한국의 산업화는 이미 성숙단계에 도달하고 이으며 이미 많은 기업에서 법률과 원칙, 노사자치가 존중되는 안정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기업의 투명한 경영과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며 참여와 대화의 자세를 갖고만 있다면 성숙한 노사 관계가 보장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유 부위원장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서도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50%를 넘어서고 있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할 정도이며 법에 해고조건이 까다롭게 돼 있다고 해도 서구에 비해서는 해고가 쉬워 전체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4.5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POSCO,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등 15개 코스피 상장 기업과 디엠에스, 엠텍비젼, 코아로직 등 11개 코스닥 기업이 참여해 관심있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일대일 상담도 벌였다. 정부와 업계가 주도하는 해외 IR 행사에 노동계 대표가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며 코스피 및 코스닥 양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함께 해외 IR를 시행한 것도 최초의 일이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