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6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립대 개혁을 위한 복안을 내놨다. 여러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 원칙으로 바꾸고 궁극적으로 법인화하겠다는 것이 골자.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뜯어고치는 것은 교육부의 오랜 희망이었지만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는 등의 대안까지는 나오지 못했고 통ㆍ폐합과 지역간 연합대학 구성 등의 구조조정 방안은 제시됐지만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법인화도 그동안 초기논의 수준에만 그쳤었다. 김 부총리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립대를 2007년까지 50개에서 35개로 축소하고 입학정원도 10% 감축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국립대에 `민감한' 부분을 또 건드리며 `방만한 운영'의 대명사인 국립대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내보인 셈. 그러나 구성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총장 직선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대부분의 국립대가 `동상이몽'(同床異夢) 식으로 법인화에도 반대하고 있어 또 교육부 `희망사항'으로 남을 가능성도 많다는 지적이다. ◆총장 직선제 손질 배경과 전망 = 1980년대말 대통령 직선제와 사회적 민주화바람을 타면서 정부(국ㆍ공립)와 재단(사립)이 일방적으로 총ㆍ학장을 임명하는데 따른 폐해와 부작용을 없앤다는 차원에서 1988년부터 도입됐다. 시행 초기 대학과 교수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재단을 견제하는 장치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았고 또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선거가 과열되면서 교수사회가 출신고교나 지역별로 파벌이 조성되고 논공행상을 따져 보직을 배정, 총장의 지도력이 약화돼 소신있는 대학 경영을 펴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했다. 투표권을 놓고 교수ㆍ직원ㆍ학생 등 학교구성원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한 게 현실. 김 부총리가 제시한 방안은 대학 내외 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총장을 선임하는 간선제를 원칙으로 하되 대학구성원 과반수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직선제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 아울러 직선제를 유지하더라도 지난 3일 국회 의결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 관리하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김 부총리는 "선진국과 동구권도 유행처럼 직선제로 갔으나 일제히 간선제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국제 기준에 맞춰 간선제를 원칙으로 하되 대학 자율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그래도 직선제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올해중 교육공무원법을 개정,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 국립대 구성원들이 직선제를 선호하고 있어 간선제가 도입되려면 상당한 진통과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게 교육계 공통 전망. 전국교수노조는 6일 직선제 위탁 관리에 대해 "수백년에 이르는 대학의 역사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이고 직선제는 대학자치의 요체"라며 `개악'이라고 규정했다. ◆법인화 배경과 전망 = 김 부총리는 "50여개 국립대가 중앙정부에서 획일적 기준으로 지원받아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고 기성회계와 정부회계를 통합, 대학회계를 만들고 스스로 경영하도록 한 뒤 원하면 특수법인화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대 법인화는 이미 1990년대부터 논의가 무성했으나 실질적 공론화를 거치지 못하고 사장되는 일이 반복됐지만 교육부는 회계 통합 법제화를 올해까지 끝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하고 장기적으로 법인화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법인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인사, 예산, 조직 등의 자율성. 예산의 경우 각 대학이 요구하면 교육부가 이를 취합ㆍ정리해 기획예산처에 심의를 의뢰하고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으나 총액 내에서 의사결정기구가 될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고 급여 체계도 법인 실적이나 운영 성과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예견되는 문제점도 많아 자율권이 확대된 만큼 대학 구성원이 특정 사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학내갈등이 빈발할 가능성이 많고 등록금 인상 등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신분이 안정된 `국가공무원'에서 불안정한 `공익법인 직원'으로 바뀌게 될 교직원도 반대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더욱이 어정쩡한 법인화는 국립대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고 상위권 대학은 자율권도 갖고 등록금 인상 등으로 수입도 늘리는 반면 등록금 인상 등이 어려운 국립대는 예산과 신입생 확보가 어려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방 국립대는 법인화가 정부지원 축소로 이어져 퇴출, 통폐합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다. ◆일본 사례 = 일본은 1994년부터 국립대 독립행정법인화를 검토해 10년만인 지난해 1학기 99개 국립대를 법인화했으며 2002년 4개대, 2003년 20개대가 12개대로 통폐합됐다. 법인화의 주요 내용은 대학 재정 운영의 독자성ㆍ독립성을 부여하고 고용은 보장하되 교수ㆍ직원의 공무원 신분 부여를 중단하며 국가가 일정 예산 지원을 계속한다는 것. 이에 따라 외부 인사를 학장으로 영입하는 등 민간경영기법이 도입되고 인원 감축 및 운영비 절감 등이 추진되고 있고 대학연합을 구성하는 등 구조조정 효과가 일부 나타났다. 그러나 역시 교수회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등 상향식 의사결정의 부작용이 생기고 있고, 이에 따른 총장 권한 축소로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