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투기를 조장한 주범으로 지목된 기획부동산들이 지하로 숨어들고 있다. 최근 일부 대형 기획부동산 대표들이 구속되면서 더욱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부동산들이 잇따라 사명(社名)을 바꾸는 한편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은밀하게 전화하는 방식으로 영업형태를 바꾸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 주로 활동하던 기획부동산 가운데 대형업체로 꼽혀온 S사와 E사의 대표가 최근 구속되면서 '몸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1백50여명의 직원을 동원해 강원도와 충청도 일대의 토지를 판매해온 S사는 최근 사명을 바꾸면서 회사를 신사동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직원 수십여 명을 한꺼번에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부단속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전화영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작위로 전화하는 게 불법행위가 된 이후로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토지매입을 권유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학동 기획부동산 H사의 모 이사는 "정부 단속도 단속이지만,이제 이름도 모르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땅을 사라고 하면 아무도 안산다"면서 "토지시장에 관심이 있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비용을 받고 토지답사를 다녀온 후 매입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