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유비쿼터스 병원으로 거듭난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 새 병원이 4일 봉헌식을 갖고 정식 개원했다. 이날 봉헌식에는 정창영 연세대 총장,지훈상 연세의료원장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등 1천5백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4년10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연 새 세브란스병원은 여의도 63빌딩보다 넓은 연면적 5만1천5백평 규모로 지상 21층,지하 3층으로 지어졌다. 병상 수도 1천8백49개(기존 8백45개+새 병원 1천4개)로 2천1백85개의 서울 아산병원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규모다. 새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PDA폰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진료 처치 등 의료 서비스를 수행하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또 디지털 전자차트를 사용하고 엑스선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의 자료를 디지털로 저장함으로써 종이와 필름이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 병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환자들은 특히 스마트카드 하나만 갖고 있으면 예약,진료,처방전 발급 등은 물론 진료비 납부,주차 등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입원 환자들은 의료진의 회진시 손목에 차고 있는 바코드를 입력하면 곧바로 단말기에 진료 기록이 나타나 신속하게 투약과 처치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세브란스병원은 '로봇 수술시대'를 본격 개막했다. 수술 집도의가 입체 영상이 나타나는 모니터를 보면서 손동작이 구현되는 로봇을 이용해 정교함이 요구되는 절제와 봉합 등의 수술을 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또 소화기병센터,뇌신경센터,신장병센터,당뇨병센터,응급진료센터,장기이식센터 등 6개 전문 진료센터를 신설해 진료 전문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암에 대해서는 장기별로 15개 전문 클리닉을 운영해 진료,수술,항암제 투여,방사선 치료를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전문 병원을 지향하고 있다. 새 병원은 삭막한 병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건물의 조형미에도 크게 신경을 썼다. 미국의 유명 병원 설계사인 엘러브 베케트와 정림건축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한 새 병원은 중앙홀에 자연광이 쏟아지고 홀을 관통하는 계단 옆으로 벽면분수가 설치됐다. 환자들이 진료 접수 등을 위해 대기하는 공간과 환자들의 휴식 공간을 다른 병원의 배에 가깝게 넓혔으며 병실마다 벽걸이형 TV가 설치됐다. 20층에는 호텔에 버금가는 17~40평 규모의 VIP 병동과 스카이라운지가 마련됐다. 지훈상 의료원장은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진료와 서비스를 제공해 명실공히 글로벌 병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봉헌식에는 병원 설립을 주도한 올리버 애비슨과 병원 설립에 거액을 기부한 루이스 세브란스,초기 산부인과장 J W 허스트 등의 후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세브란스의 고손녀 루이스 프랭크씨(48)는 "1백여년 전 뿌린 작은 씨앗이 이렇게 큰 결실을 맺었다는 데 놀랐다"며 "기억 속에 묻혀 버린 가족사를 알게 하고 한국에 초청까지 해 준 대학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애비슨의 손녀 조이스 애비슨 블랙씨(80)는 "세브란스병원은 바로 내가 태어난 곳"이라며 "1925년부터 15년간 서울에 살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