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의 주말 인기프로그램인 '!느낌표'가 남북 어린이들을 맞서게 하는 경연대회를 특집으로 다뤄 주목을 끌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북한 어린이들은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 코너에서 사회주의적 가치를 숭배하고 판박이처럼 똑같은 흰색 셔츠에다 붉은색 목도리를 두른 모습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더 화려한 의상을 한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측 어린이들을 눌렀다. 북한 어린이들은 한국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학과 자연, 역사에 정통했고 한국의 첫 수도는 평양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반해 한국 어린이들은 천문학에 강했고 유명한 발명가와 탐험가, 음악가들 의 이름을 술술 댈 정도로 이 분야에 식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북한 학생들이 총 91문제의 정답을 맞춘 반면, 한국 학생들은 53문제를 맞히는데 그쳤다. !느낌표'는 남북 협력관계의 이정표로 간주되고 있지만 사실은 창조적 편집의 승리로 볼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북한에서 방영된 경연대회 장면을 서울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장면과 융화시켜 일대일 경연대회 형식의 게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느낌표'는 북한인들이 다소 별나긴 해도 우호적인 사람들로 묘사하는 일련의 남측 TV 프로그램과 영화들 가운데 가장 최신 프로그램이다. 과거 북한인들을 피에 굶주려 언제라도 한국을 침공할 준비가 돼있는 것처럼 묘사해온 냉전시대의 그것에 비하면 놀라울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남북한의 긴장 해소와 대중문화의 유턴현상 등도 북한에 대한 한국측의 입장을 유연화시키는데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북한측의 핵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은 `북한발(發) 위협론'을 놓고 미국과 현저한 인식차를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지난 2월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온도차는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미국인들은 북한과 이란을 미국의 가장 큰 적으로 간주한 반면, 한국인들은 북한이 당면한 위협이라고 인식한 경우가 훨씬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북한을 방문했던 '!느낌표'의 김영희 PD는 북한의 경연대회 프로그램을 시청한 뒤 이를 한국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김 PD는 "지금도 한국에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불필요하게 존재하고 있다"면서 "나는 이런 기류를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PD들은 지난해 북한에 방영된 프로그램들을 한국에 도입, 소개했을뿐만 아니라 북한을 무대로 한 북한제 복사본에 한국의 최신 장면들을 첨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북한측 출연진이 한국측 출연진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북한 출연진들 대화의 일부를 재더빙함으로써 언뜻 보기에 이 경연대회 프로그램이 남북 출연진들간에 직접 경쟁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김 PD는 "이 프로그램이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북한이 한국과 경쟁하는 관계이거나 심지어 적국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일축했다. 반면 이런 견해에 반대쪽에 서는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한다. 이를테면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는 프로그램의 출발 자체가 북한이어서 질문들이 북한에 우호적이고 한국 어린이들을 나쁜 아이로 보이게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어찌됐건 이 프로그램은 남북한간에 존재하는 엄청난 차이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남북한이 사용하는 방언은 괴리를 더하고 있었다. 한국 어린이들은 영어를 적지 않게 사용한 반면, 북한 어린이들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 어린이들은 전혀 얼굴에 미소를 띠지 않았고 "무기고"나 "군사장비", "소대장", "대대장" 등의 군사용서를 자주 사용한 반면, 한국 어린이들은 화려한 명품 옷을 입고 사회자와 농담을 주고받거나 자유롭게 대화하는 등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앞서 `!느낌표'는 지난 2월 금강산 일대에서 북한 평양모란봉예술단 단원들과 남한어린이들을 출연시켜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 코너의 촬영을 진행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갔던 한국 어린이들은 버스 창문을 통해 초가집과 논밭의 우마차, 길가에 서있는 무장 경비원들의 모습을 접했다. 한 학생은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상당히 다를 줄 알았는데 막상 북한에 와보니 그들도 우리와 비슷하고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처럼 북한을 포용하고 북한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교육시키며 남북한간 접촉을 강화하려 하는 반면, 북한 당국은 북한인들을 더욱 고립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