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정비업체들이 무더기로 도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옥죄기가 강화되면서 자금력이 딸리는 소규모 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전국 3백여개의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들 중 절반 가량이 상반기 중 도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의 ‘전면전’에 나선 지난 2월부터 폐업신고하는 재건축 정비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비업체는 재건축조합을 대신해 사업초기부터 청산까지의 절차를 일괄 대행해주는 용역회사다. 대형 정비업체인 미래파워 관계자는 “재건축 정비업은 사업특성상 현금유동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자금난에 빠진 업체들이 1주일에 서너개 꼴로 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도시정비사업단의 손형배 팀장은 “정부의 압박 이후 정비사업의 수익실현 싯점이 지연되고 있어 작은 업체들은 무더기 도산 가능성이 높다”면서 “버틸 수 있는 대형 업체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비업체들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대해 볼멘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화성SDG 관계자는 “큰 정비업체들도 재건축 대신 재개발이나 뉴타운사업 등으로 방향을 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많은 정비업체들이 도산하면 재건축사업 자체가 지연되고 이는 결국 강남권 공급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주거환경과 관계자는 “폐업신고하는 정비업체에 대한 통계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결국 시장원리에 따라 경쟁력있는 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애당초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의 등록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등록기준이 자본금 10억원(법인의 경우 5억원) 이상이다 보니 영세업체들이 난립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체들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다 도산하면 그 피해를 조합원들이 입게 되기 때문에 등록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