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열린우리당 수도권발전대책위원장과 원혜영 정책위 의장 등 여권 고위인사들이 21일 또다시 서울공항 이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자 '여권 핵심부가 이미 이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적어도 서울공항 이전에 대해 여권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만은 사실로 비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거듭되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서울공항 이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여권 고위인사들의 잇단 언급에 대해 학계와 재계 전문가들은 "여권 핵심부에서 물밑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서울공항 이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여론 떠보기에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이들의 발언이 이처럼 파괴력을 갖는 것은 발언 당사자들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대책의 일환으로 마련 중인 '수도권 발전방안'과 관련,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도권 정책을 쥐고 있는 인사들의 발언인 만큼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공항 이전 문제가 연이어 거론되면서 여론의 관심은 그 배경에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권이 수도권 발전과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서울공항 이전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권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지방발전에만 치우쳐 있다는 수도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빅 카드'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행정도시 건설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을 위해 '수도권 발전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여권 입장에서 서울공항 이전만큼 매력적인 카드는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 의장이 이날 "수도권 대책이 공공기관 이전안보다 1∼2주 앞서 나올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쉽게 잠재워지지 않는 집값 불안의 요인이 서울 강남권 수요를 대체할 택지 공급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우수 택지개발의 필요성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서울공항을 이전하더라도 신도시로는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달리 원 의장은 이날 "첨단과학기술단지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며 개발쪽으로 한 발 나가는 모습을 보인 대목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