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격렬한 반일 시위는 일본의 전쟁 범죄 규명 미흡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지만 그 배경엔 중ㆍ일 간의 아시아 패권 다툼이 자리잡고 있다고 17일 독일 공영 ARD 방송이 보도했다. ARD는 마르틴 프리츠 도쿄특파원의 논평을 통해 "중국인들의 일본 대사관과 상점, 학생들에 대한 공격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지만 일본의 전쟁범죄 처리 미흡에 항의하는 것이라는 점에선 정의롭거나 최소한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ARD는 "일본 교과서들은 2차대전 당시 천황의 군대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가한 범죄행위들을 미화하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으려 하며 여기에는 민간인 학살과 인체실험, 강제노동, 소위 위안부라는 명목의 강제매춘 등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 정부가 방관하고 즐기는 듯이 보이는 반일 소요를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ARD는 지적했다. 과거사를 치유하고 협력해가는 유럽과는 달리 아시아에선 민족주의가 부흥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제 "평화주의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기존에 갖고 있던 대외정책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시점"이라고 ARD는 분석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뒤늦게 갖춘 경제력을 바탕으로 대외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를 일본을 국제적으로 망신시키기 위한 실력행사의 방편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ARD의 시각이다. ARD는 결국 이번 시위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부적합 공방은 "거대한 일본과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씨름판에서 맞붙는 장기적 다툼이라는 맥락 속에 놓인 하나의 작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ARD는 그러나 "이미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도가 높고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양국이 역사적 차원의 경쟁자로만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