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병원·학원 건물들로 즐비했던 서울 강남역·교보타워 사거리 대로변에 최근 패션·화장품 대형 매장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유흥상권이 강북의 명동에 필적할 만한 패션상권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 이같은 변신바람은 지난해부터 거세게 불고 있다. 강남대로에 버스중앙차로가 생기고 오는 2007년 말 지하철 9호선 '교보타워 사거리역'(가칭) 개통이 예정되면서부터다. 제일모직은 지난 15일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사거리 쪽으로 2백m 정도 올라간 곳에 자사의 스포츠 캐주얼 '후부' 직영매장(52평)을 열었다. 다음달엔 '후부'매장 근처 하나은행 자리에 화장품 전문점 '토다코사'가 1백10평(2층) 규모로 들어선다. 지난 2월 강남역 6번출구 인근에 들어선 소망화장품의 브랜드숍 '뷰티크레딧'(85평)에 이은 초대형 매장이다. 이밖에 신성통상 '지오지아',SK네트웍스 '타미힐피거' 등 20,30대를 겨냥한 유명 패션 브랜드들도 강남역 주변에 최소 50~6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을 열기 위해 자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1년 '지오다노''아이겐포스트''후아유' 등 1백평 안팎의 대형 매장이 한꺼번에 개설된 후 한동안 잠잠했던 이곳에 한 매장 건너 하나씩 대형 패션 점포들이 잇따라 오픈하고 있는 것. 최근 강남에 유명 브랜드들이 몰리는 이유는 작년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를 개편,교보타워 사거리 인근 중앙차로에 광역버스 정류장이 생긴 데다 오는 2007년 9호선 개통을 앞두고 교보타워 사거리 주변에 신축·리뉴얼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주로 강남역 출구 주변에 국한됐던 유동인구의 행동반경이 버스정류장 위치 변동으로 교보타워쪽으로까지 확대됐다. 평일 유동인구도 40만여명으로 작년보다 10만명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근 패션업체들이 수수료 부담이 큰 백화점보다 수익률이 좋은 가두점(로드숍) 개발에 열을 올리고 화장품 업체들도 '브랜드숍' 열풍에 따른 단독 매장 확보에 주력,강남역 상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지역 업계 관계자는 "50·60평대 매장의 경우 비싼 곳은 보증금 20억원에 월 임대료만 6천만·1억원 정도여서 웬만한 매출로는 이익을 내기 힘들다"면서도 "영캐주얼 패션이나 화장품 업체들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어 강력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역 상권'이 7호선 논현역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업체들이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이미 교보타워 사거리·논현역 구간에는 제일모직이 '빈폴'(3백53평),'삼성패션강남점'(3백80평),LG패션이 '강남프라자'(2백10평) 등 각각 초대형 거점 매장을 운영 중이다. 또 나산이 '조이너스''트루젠'등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디다스''아식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도 영업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9호선이 개통되면 강남역 대로변은 명동 등 기존 패션상권과 달리 대로변에 패션거리가 형성되는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패션·유행의 중심은 명동이지만 앞으로 강남역 주변은 20·30대 영캐주얼,논현역 주변은 30·40대 패션의 중심지로 뜰 것"이라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