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단지와 판교 영향을 받은 분당, 용인의 아파트단지 시세가 최근 크게 오르면서 다른 지역으로까지 집값 상승 현상이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 경기도 광명과 과천, 수원 등의 재건축 단지들도 최근 상승기류를 타고 있고 용산과 여의도, 목동 등 인기 주거지역의 고가 아파트들도 호가가 오르는 추세여서 내집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같이 집값 상승현상이 강남→분당.목동→서울 기타 지역→수도권 등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재건축단지들은 개발이익환수제로 작년에 급락했던 시세가 다소 반등하는 수준이며 용산, 목동 등 강남외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도 최근 인근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높은 분양가로 공급돼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 강남외 지역도 `꿈틀' = 수도권 재건축단지들도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수도권 재건축단지는 평균 5.52% 올랐다. 10-17% 오른 강남권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서울 일반 아파트의 상승률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다. 경기도 광명 하안주공1단지 17평의 경우 올 들어 3천만-4천만원 올라 현재 3억1천만-3억2천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으며 과천과 수원, 의왕 등의 재건축단지들도 올 들어 수천만원씩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이는 작년에 각종 악재로 급락했던 시세가 이사철을 맞아 다소 회복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동산114 김혜현 팀장은 "일반적으로 재건축단지 시세는 강남이 오른 뒤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사업추진이 느려 개발이익환수제의 적용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 일부지역과 경기도 화성은 인근에 고가 아파트가 분양되면서 주변 시세가 동반 상승했다. 용산 파크타워가 평당 2천만원 안팎에 분양되자 인근 시티파크의 분양권 시세가 한두달 새 1억원 가까이 오르고 이촌동 일대 아파트의 호가도 수천만원씩 뛰었다. 여의도도 `여의도자이'가 높은 분양가로 분양되자 롯데케슬엠파이어, 롯데캐슬아이비 등 주변 주상복합단지들의 분양권 시세가 소폭 상승했다. 경기도 화성도 지난달 동탄신도시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평당 100만원 안팎 높게 책정되자 이에 맞춰 인근 단지들의 시세도 상향 조정됐다. ◆ 본격 상승은 아니다 = 하지만 이같은 경향은 국지적, 일시적 현상으로 주택시장이 전체적으로 들썩일 가능성은 적다는 견해가 많다. 실제로 올 들어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아파트값 상승률은 강남구 3.30%, 강동구 1.54%, 서초구 2.74%, 송파구 5.25% 등으로 서울 평균(3.58%)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강남권 시장 동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양천구와 용산구도 각각 2.26 %, 3.76% 상승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시장이 예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장 큰 이유로 투기세력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줄었다는 데서 찾고 있다. 실수요자만으로는 과거와 같이 시장 전체를 선도할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양도세 중과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동산실거래가 신고 등이 입법화되면서 투기 수요가 시장에 미치는 힘이 많이 약해져 실수요자 중 심으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도 "각종 집값 안정대책으로 아파트 투자에 대한 매력이 크게 줄어 수요자들이 수익률이 높다고 판단되는 강남 재건축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다른 지역으로까지 시선을 돌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국지적으로 움직이겠지만 전체적으로 파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