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자동차 메이커인 이른바 `빅 3'가 특히 아시아 경쟁사들에 전례없이 심각하게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이들의 경영 능력에대한 비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는 GM과 포드의 신용 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질 상황에서 급기야 도요타가 "몇년 안"에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기 시작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GM이 경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릭 왜고너 최고경영자가 북미시장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데 이어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임을 전하면서 이런상황에서 현대차가 인도에서 GM과 포드의 스포츠유틸리티(SUV) 부문 아성에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지난 92년부터 GM 경영을 책임진 왜고너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면서GM 시가총액이 오토바이 전문 메이커인 해리 데이비슨보다 더 낮아진 상황에서 그가야심차게 추진해온 신모델 도입이 실패라는 비판이 주주들로부터 높아지고 있다고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GM 관계자는 로이터에 "왜고너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면서 "그가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결연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GM의 현 위기가 경영 미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GM 경영진의신경질적 반응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비판에 발끈해 광고를 취소한데서 그대로드러난다. GM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퓰리처상 수상자인 자동차 전문기자 댄 나일이 지난 6일자 `미국의 태만'이란 칼럼에서 `일련의 경영 실책'을 비판하면서 "왜고너가퇴진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하자 발끈해 이 신문에 대한 광고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GM의 명분은 "칼럼에 정확하지 않는 내용들이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왜고너는 북미시장 직접 관장을 발표한 후 11일부터 내달말까지 승용차와 픽업트럭 모두 1천대를 소비자에게 공짜로 준다는 이른바 `핫버튼'판촉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GM 매장을 찾는 소비자에게 추첨을 통해 경품으로 자동차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난해초에도 실시돼 200만명 가량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GM이 자금난에도불구하고 도요타를 비롯한 아시아 경쟁사들을 의식해 이런 판촉을 강행하는 것으로분석했다.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 경영진도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포드 역시 회사 신용등급이 언제 정크본드 급으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비 절감을 위해 6월말까지 1천명을 명예퇴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미국에모두 4만5천명을 고용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경영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디터 제체 크라이슬러 부문 최고경영자는 GM의 신용 전망이 하향조정된 후 로이터 회견에서 이것이 다임러크라이슬러에 "하나의 기회이며 동시에 부담"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의료보험 부담이 과중하다"면서 "해당 법률과보험 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아시아 업체들과 경쟁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미 당국에 노골적으로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자존심'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올 1.4분기 최대경쟁사인 BMW에 93년 이후 처음으로 판매에서 뒤진 것도 다임러크라이슬러 경영진에타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업계의 관측은 올해 전체와 내년에도 이런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벤츠 130만대 가량이 배터리와 제너레이터 결함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리콜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우존스는 위르겐 슈렘프 다임러 부문 최고경영자가 지난주 열린 주주총회에서"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주주들의 반응은 매우 회의적이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노동계에서 미국시장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합작이아닌 경우 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도 `빅 3'에 불리한 변수라면서 이 문제를부각시킬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도요타는 자동차 시장의 급속한 친환경화 추세를 감안해 가솔린-전기 혼용의 `하이브리드카'를 올해 북미시장에 30만대 판매하고 몇년 안에 이것을 100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카 양산 모델인 프리우스를판매하고 있다. 로이터는 GM의 북미시장 점유율이 10년 전 32% 가량에서 지금은 25%까지 주저앉았다면서 왜고너가 야심찬 시장회복 전략을 내세우기는 했으나 과연 먹혀들어갈지에대해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