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일본 산요전기가 여성 방송인 출신의 사외이사인 노나카 도모요(50)를 전격적으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한데 대해 도쿄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같이 평가했다. 실제로 보수적인 일본 재계에서 뜻밖의 인물들이 속속 신임 CEO로 기용되는 혁신적인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소니가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인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아메리카법인 대표(63)를 CEO로 발탁한데 이어 유통업체 다이에도 일본 BMW 사장 출신인 여성 경영인 하야시 후미코(58)를 CEO로 영입하는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좀더 고객지향적이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인물들을 CEO에 포진시켜 한국과 중국에 밀리고 있는 '주식회사 일본'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노나카 신임 산요전기 CEO는 NHK와 민영방송인 도쿄TV의 방송캐스터를 지낸 전직 언론인이다. 지난 2001년 닛코 파이낸셜 인텔리전스 이사장으로 재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그는 2002년부터 이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아오기는 했지만 전자산업의 경영에는 경험이 전무하다. 특히 노회한 경영인들이 주도하는 일본 전자업계에 여성CEO의 출현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회장직에서 물러난 창업 2세 이우에 사토시 전 회장은 "젊은 활력을 바탕으로 산요전기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외이사로서 고객의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산요전기는 지난해 10월 일본 니가타 지진에 따른 공장 피해와 디지털 카메라 사업의 경쟁력 약화로 지난 한 해 동안 약 1천2백억엔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야시 후미코 다이에 신임 CEO도 유통사업과는 거리가 먼 자동차산업 쪽의 인물인데다 일본 대표기업들을 포괄하는 니케이225지수 편입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여성 CEO에 올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수적인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CEO의 등장은 '비즈니스 우먼'들을 고무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이에는 "창립 이후 40년 간 '주부들이 찾는 상점'이란 이미지를 굳혀왔는데 정작 간부사원들은 1백% 남성이었다"며 "'주부의 손길'을 알고 있는 여성 CEO가 회사 회생에 필요했다"고 선임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