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전통 관광시장인 칸알-칼릴리 인근 도로에서 7일 오후 5시께 폭탄테러가 발생, 프랑스인과 미국인 각각1명 등 4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고 이집트 당국이 발표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당초 프랑스 여성 1명 등 2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으나, 추후 보건부는 최소 4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고 확인했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프랑스인 4명과 미국인 3명,터키와 이탈리아인 각각 1명 그리고 이집트인이 9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목격자들은 오토바이를 탄 남자 1명이 알-아즈하르 사원에서 200m 떨어진 알-사가 거리에서 폭탄을 던진 뒤 도주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들은 도로 옆 알-모스키 시장 안에 있던 단체 관광객 바로 옆에서폭탄이 터졌다고 말했다. 나빌 알-아자비 카이로 치안국장은 보행 중이던 남자가 폭탄을 투척했다고 밝혔으나 다른 경찰 소식통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범인이 군중을 향해 폭탄을 던졌다고 말했다. 당국은 폭발 원인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오토바이 소유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발이 발생한 지점은 칸 알-칼릴리 시장과 수니 이슬람 최고 권위 사원인 알-아즈하르 모스크 부근으로 외국 관광객이 항상 붐비는 곳이다. 경찰은 폭발 지점 부근을 봉쇄하고 희생자 시신과 부상자들은 인근 후세인 병원으로 옮겼다. 사건 후 책임을 주장하는 단체나 개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집트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은 양대 이슬람 무장세력인 알-자마아알-이슬라미야와 알-지하드의 소행으로 밝혀졌지만, 두 단체는 1990년대 이후 국내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이집트에서는 1990년대 이슬람 급진세력의 반정부 공격으로 정부 요인들과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희생됐다. 1997년 11월에는 남부 룩소르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외국 관광객 58명과 이집트인 4명이 숨졌다. 당시 테러공격은 알-자마아 알-이슬라미야가 저지른것으로 밝혀졌다. 룩소르 테러사건 한달 전에도 카이로의 이집트 국립박물관 정문 앞에서 독일 관광객들이 탄 버스가 공격을 받아 독일 관광객 1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시나이 반도의 타바힐튼 호텔 등 해변 휴양지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해 이스라엘 휴가객 등 34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부상했다. 관광산업은 이집트의 4대 외화 소득원이다. 지난해 이집트를 찾은 외국 관광객은 800만명을 넘어섰으며 관광수입은 61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과 팔레스타인 인티파다 이후 혐미(嫌美) 정서가 고조되면서미국인 등 서방인을 겨냥한 크고작은 테러가 잇따랐다. 지난주에는 칸 엘-칼릴리 시장에서 키스하던 헝가리인 부부가 이집트인의 칼에찔려 부상했다. 지난해 2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호주인 1명과 노르웨이 관광객 2명이이집트 남자의 칼에 찔렸다. 범인은 당시 이들을 미국인으로 오인해 공격했다고 진술했다.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칸 알-칼릴리 시장 부근에 접근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폭발 현장 부근 알-아즈하르 대학에서는 지난 5일 2천명의 학생들이 모여 비상계엄 철폐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집트 정부는 반정부 테러리스트를 척결하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며 1981년 이후 24년째 비상계엄을 유지해오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