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지방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나무타령'이 있다. 한식 청명 즈음에 불리는 이 민요는 노랫말이 재미있어 나무에 대한 애착이 소록소록 배어난다. "무슨나무 심을래/십리절반 오리나무/열의 갑절 스무나무/대낮에도 밤나무/방귀 뽕뽕 뽕나무/깔고 앉아 구기자 나무/거짓없어 참나무/그렇다고 치자나무/칼로 베어 피나무/입맞춘다 쪽나무/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생략)" 예로부터 한식 청명에는 나무를 심고 조상의 묘를 돌본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백5일째 되는 날로 대부분 식목일과 겹치는데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큰 명절로 여겼다. 절기상 춘분과 곡우 사이의 청명은 한식 바로 전후에 있는 관계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하는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황하의 물이 연중 가장 맑아 '청명(淸明)'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날은 농사를 시작한다 해서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나무를 심고,씨앗을 뿌리고,논밭을 갈고,농기구를 손질하면서 한해 농사를 서두르는 것이다. 지금의 식목일도 이와 무관치 않다. 조선시대 성종이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내고 뽕나무 밭을 친경한 날이 양력으로 치면 4월5일이었다고 한다. 신라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날도 이 무렵이었다고 하니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사상과 통일역사가 함께 곁들여 있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오늘 식목일은 한식과 청명이 겹쳤다. 그래서 나무를 심고 성묘를 하는 인파가 여느 때보다 많을 것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식목일이 돌아오면 산불이 빈번하다. 강원도 고성과 동해안 산불,청양·예산의 대형 산불 등이 식목일을 전후해 발생했다.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면 심는 나무보다 불에 타 소실되는 나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방 직후 1946년에 제정돼 올해로 60회를 맞는 식목일이 내년부터는 공휴일에서 제외된다. 자칫 식목일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세계 최초로 식목행사를 벌인 미국의 네브래스카주처럼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날'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명나게 나무타령을 부르면서 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