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이 9일 사회투명협약 체결에 참여한 것은 단순히 사회적 명분에 떼밀렸다기 보다는 분식회계로 대표되는 각종 부정사건을 겪으면서 투명경영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요즘 재계에는 경영이 투명하지 않고서는 사업 일선과 투자유치 등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고 자칫 돌이키기 어려운 결정적인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마저 번지고 있다. 기업들이 윤리강령을 앞다퉈 도입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최근에는 중소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나눔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 = 삼성은 '부정은 암이고 그것이 있으면 회사는 반드시 망한다', '비정도(非正道) 1등보다 정도(正道) 5등이 낫다'는 확신을 갖고 윤리경영 및 투명경영에힘쓰고 있다. 지난 96년 그룹차원의 '삼성 윤리강령'을 제정한 데 이어 2001년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계열사별로 윤리강령과 행동지침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구조조정본부에경영진단팀을 두고 계열사의 윤리.정도경영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삼성은 윤리.정도경영이 현재 도입단계를 넘어 직원들 사이에서 체질화돼 '부정=퇴사'라는 인식이 정착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정도, 윤리경영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을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부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어음결제를 없애고 100%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나머지 계열사들도 현금결제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노하우 및 기술 전수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은 또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삼성사회봉사단'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두고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봉사단은 지난 10년간 총 2조1천억원을 투입해 사회복지, 환경보전, 문화예술, 학술분야 등에서 활동을 펴고 있으며, 삼성그룹 전체 임직원의 60%인 6만9천여명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LG = LG그룹은 지주회사체제로 바꾼 지 2년을 맞아 △지배구조개선 △윤리경영 강화 △감사위원회 전문성 제고 △공시서류 인증제 실시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LG는 협력업체와의 공정한 거래관행을 만들기 위해 93년 국내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설치했고, 현재는 고객 및 협력회사에 대한 임직원의부당한 업무처리와 불공정 행위를 제보할 수 있는 `정도경영 사이버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94년에는 `정직과 공정의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모든 업무 추진 과정에서 지켜야 할 행동과 가치판단의 기준을 규정한 `LG윤리규범'을 제정했다.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계기로 `정도경영' 문화 정착을 위해 2003년 20여명으로 짜여진 `LG정도경영TFT'를 설치해 계열사별 감사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주주감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LG는 또 시가총액이 최근 2년 만에 13조6천억원에서 36조7천억원으로 2.7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도 지주회사체제 구축을 통해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 해소, 회계전문가의 사외이사 선임 등 경영 투명성을 크게 강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별로도 윤리규범 실천, 정도경영 실천서약서, 협력업체 주식 자진신고제,금품수수 신고제 등을 마련해 실천함으로써 LG전자,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가 경제5단체가 주는 `제1회 투명경영 대상', 한국기업윤리학회의 `제3회 기업윤리대상'을잇따라 수상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 현대.기아차가 투명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00년`구매윤리헌장'을 선포하면서부터다. 현대.기아차는 당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과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해협력업체 거래에 공개 전자입찰제를 도입했다. 또 협력업체들이 회사와 관련된 불편 및 건의 사항을 경영진에 곧바로 전달할수 있도록 `협력업체 소리함'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설, 추석 등 명절뿐 아니라 연중 내내 `선물 안받고 안주기' 운동을벌여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배달된 선물은 발송자에게 되돌려 보내거나 불우이웃돕기에 기증토록 했다. 같은 해 1월에는 사이버 감사실을 설치해 협력업체와 고객, 자사 임직원 등으로부터 불공정 거래 신고를 접수해 엄중히 비위 여부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신고자에게 통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듬해인 2003년 1월 `투명.윤리경영'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한층강화된 윤리 기준 적용을 대내외에 약속했다. 이 강령에는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정착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 △고객의 권리와 이익 보호, 약속 이행 △사회복지사업과 투명경영을 통한 국가발전 공헌 △협력업체 거래시 공개입찰과 전자입찰 정착 △금품이나 향응 거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SK = SK그룹은 그동안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등 투명경영에 주력해 왔다. SK㈜는 지난해 3월 사외이사 비율을 50%에서 70% 확대하고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가 위원장인 감사, 전략, 인사, 투명경영, 제도개선, 사외이사후보추천 등 6개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이사회 중심 경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 지난해 6월 윤리경영실을 신설해 윤리규범 시스템 구축과 내부 및 투자회사감사, 이사회 활동지원 등 투명경영 활동을 벌여왔다. SK텔레콤도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외부 감사인을 위한 전용 감사실을 마련해 상시 감사체제에 돌입하는 등 투명경영을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이밖에 오는 11일 열리는 주총에서 SK텔레콤과 SK케미칼, SKC, 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 비율을 현재 28.6∼50%에서 50∼63.6%로 높이는 등이사회 중심 경영의 토대를 마련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SK는 투명사회협약과 관련, "부패청산은 사회적 과제이며, 투명한 사회시스템을구성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라며"투명사회 구현을 통해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데 적극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