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 이례적으로 TG(그랜저 후속)를 공개한 것은 대형차 부문에서도 유럽의 럭셔리 세단 메이커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겠다는 뜻입니다."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1일(현지시간) 개막된 제네바모터쇼에서 대형세단 TG를 공개하며 이같이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쏘나타를 선보인 현대차는 이로써 중대형 세단의 라인업까지 보강,세계 글로벌 메이커와 전 세그먼트에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시장 승부 시작됐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대이자 가장 격렬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시장에서 올 들어 강력한 두각을 드러내며 시장입지를 급속도로 넓혀가고 있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는 물론 지난해까지 판매증가율 경쟁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일본 메이커들까지 제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현대차의 판매실적은 5만9천9백49대로 15% 증가했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차종의 포트폴리오가 중소형 중심에서 중대형으로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점. 지난해 시장 전문조사기관인 JD파워사로부터 초기품질지수(IQS)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쏘나타는 지난달 9천7백62대가 판매,전년동기대비 5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며 단일 모델로 월 1만대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앨라배마 공장 가동을 앞두고 중형차 부문에서 확고한 판매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텃밭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의 약진도 눈에 띄는 대목.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GM 등 선두업체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은데 이어 올 들어 도요타 혼다 등 일본 경쟁사마저 제치는 무서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인도에서도 올 들어 2월까지 모두 3만6천여대의 판매실적을 기록,전년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18%를 유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3년간 매년 20% 이상 폭발적인 판매증가세를 기록 중인 유럽시장에서의 약진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자동차 수요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1∼2월 5만1천6백여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4.2%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노사관계 안정이 과제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이같은 약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마케팅 투자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노사관계 유지가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올 들어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노조간부의 채용비리 사건 등과 같은 후진적인 노사관행이 전면적으로 수술되어야만 현재의 원가 경쟁력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제네바(스위스)=이익원·이심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