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의 홍보전이 한창이다. 두 회사는 최근 수년사이 전세계 IT(정보기술)업계의 존경과 찬사를 받고 있는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두 회사가 국내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쪽이 '세계 최초, 최대, 최고'를 발표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도 있다"거나 "별거 아닌데 뻥튀기했다"며 물타기를 시도한다. 오래 따져봐도 고개가 갸우뚱하게 하는 논리로 '최초, 최대, 최고'를 주장하기도 하고 남의 집 잔칫날 더 큰 잔치를 벌여 어느 집에 경사가 났는지 헛갈리게 한다. LG전자가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통합 단말연구소 준공식을 열던 지난 24일 오전 11시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수원의 정보통신연구소를 언론에 개방하고 'PTA(Push-to-All)' 기술을 시연했다. PTA는 1대 다자간 화상, 음성 통화 는 물론 데이터 파일 송수신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한다. LG전자는 이 연구소를 단일 이동단말연구소로는 '국내 최대'라고 밝혔으나 삼성전자의 정보통신연구소보다는 규모가 훨씬 적다. 시스템을 빼고 단말기만 연구하는연구소로는 최대라는 LG측의 주장은 군색하다. 삼성전자가 앞서 PTV(Push-to-View)폰을 선보인 LG전자를 겨냥해, 그것도 LG전자의 단말연구소 개소식이 열리는 시간에 기자들을 대거 초청한 것도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PTV폰은 휴대전화에 무전기 기능을 탑재한 'PTT(Push to Talk)'에서 한단계 진보된 기술로 1대 다자간 실시간으로 동영상 컨퍼런스가 가능하다. LG전자는 또 오는 2006년이나 2007년에는 휴대전화 1억대를 팔아 세계 3위에 오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부동의 1위인 노키아 외에 2위 모토로라가 지난해 이미 1억대를 넘어섰고 삼성전자의 올해 목표치가 1억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양립하지 않는구호들을 남발하고 있는 듯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위성 및 지상파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폰 세계 최초 개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데 이어 동작인식기술, 게임폰의 100만 폴리곤(Polygon:3차원 영상을 구성하는 기본단위) 최초 개발 여부 등을 놓고 사사건건 논쟁을 벌였다. 최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5 인터내셔널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당시 '홍보전에서 LG전자에밀렸다'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질책을 받은 뒤 IR(기업설명회)팀장(전무급)이 아예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겨 LG에 대한 공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LG전자는 최근 팬택 계열의 휴대전화 내수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하면서 LG전자와의 격차가 좁혀진 데다 두 회사간 기술유출 문제까지 겹치자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싸움하는 것이 회사 이미지 관리에 낫다는 판단에서 전선을 무리하게 삼성전자쪽으로 옮기고 있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들은 사실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단지 회사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 그리고 `나름의 진실'을 언론에 알리고 싶은 생각에서 '진흙탕 싸움'도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두 기업의 경쟁이 회사와 국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본질적인 부분에서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지엽적이고 표피적인 부분에서 감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데있다. 기술을 선도하고 세계 시장 장악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본때를 보여주거나 버르장머리를 가르쳐주기 위한' 자존심 싸움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홍보맨'들간의 감정대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경영진들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조성한 분위기가 홍보맨들을 진흙탕으로 밀어넣고있다는 데 있다. `세계 경영에 전념해야 할 세계적 기업'의 경영진들이 세계시장 장악을 위한 비전과 혜안을 갖추는 데 주력하지 않고 국내에서의 '겉포장'에만 골몰하기 시작하면한국 IT의 미래는 암울하다. 지금까지 두 회사가 이룬 성과에는 경영진들의 탁월한 안목과 추진력도 있었지만 세계 최고를 위해 묵묵히 연구에만 전념해온 연구원들과 `불량률 제로'를 위해눈을 부릅뜬 근로자들이 있었다. 두 회사 경영진은 모두 지금까지 쌓은 성과를 자랑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길바란다. 직원들에게는 믿음을, 사주를 포함한 주주들에게는 정직을, 국민들에게는희망을 주는 경영으로 국내와 세계 무대에서 더욱 존경받은 기업이 되길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기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