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쇼크'는 세계 금융시장을 동요시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미국의 심각한 적자 문제로 또다시 집중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월가전문가들이 일제히 분석했다. 이들은 보유외환 가운데 달러 비중을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고 한국은행이 공식해명하고 일본과 대만 중앙은행들도 유사한 입장을 천명하면서 환시장이 달러 반등속에 일단 정상을 되찾았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특히 미국이 심각한 적자 때문에 하루 최소한 20억달러를 바깥에서끌어들여야 나라 살림을 꾸려갈 수 있는 상황에서 최대 돈줄이 돼온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계속 버팀대로 남아있을 것이냐는 점을 더 우려하게 된 것이라고 다우존스는분석했다. 런던 소재 도쿄-미쓰비시 은행의 수석환전략가 데릭 핼패니는 다우존스에 "투자자들이 이제 금리보다는 (미국의) 경상적자가 어떻게 보충될 것이냐는 쪽을 (다시)주목하게 됐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UBS의 수석환전략가 만수르 모히-우딘도 다우존스에 "한은 쇼크를 계기로 시장에서 `미국의 돈줄이 막힐 수도 있겠구나'라는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또 한은 보고서가 한때 환시장을 요동치게 한 것과 관련해 '과잉 반응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면서 한국이 달러를 내던질 수 있는 여건이 아님을강조했다. 파리 소재 SG의 환전략가 세바스티앙 바르베는 다우존스에 "한은에서도 해명이나왔지만 보유외환 투자 다변화를 하더라도 결국은 달러기반 자산이 이동하는 것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과거에도 이런 점을 시사했다면서 일본과 대만, 중국 및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바르베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 약세로 보유외환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관련해 달러를 버리려 했다면 "유로의 대달러 환율이 0.90대일 때 했어야 했다"면서환율이 1.30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보유외환 비중을 달러에서 유로로 이동시킨다면더 많은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보유외화 다변화 정책이 달러 가치를 더 떨어뜨리기 때문에 손해가 확대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3일자에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는 있으나 달러에 대한 매력이 전같지 않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추세라면서 당분간 중앙은행 보유외화 다변화 문제가 환시장의 주요 이슈로 존재할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세계 4위 외화보유처인 한국은행이 2천억달러 가운데 70% 가량을 달러액면 자산에 투자하고 있음을 밝혔다면서 이런 한은 쪽에서 "다변화"란 표현이 나왔기때문에 세계 시장이 동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적자 보충이 `살얼음'을 밟는 격이라면서 지난 2003년 기준으로 매일 차입해야하는 평균 20억달러 가운데 83% 가량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외국 중앙은행들의 미국채 매입으로 충당됐다고 강조했다. ABN 암로의 수석환전략가 토니 노필드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어느 중앙은행도현시점에서) 달러를 팔겠다고 하지 않으나 (과거만큼) 달러를 사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것이 달러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달러가 마냥 무너지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시드니 소재 ABN 암로의 환전략가 데이비드 모지나는 블룸버그에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지도부에서 또다시 금리인상 시사가 강하게 나왔다면서 이는 "분명히달러에 보탬이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