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식만은 아직도 진한 감동으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언니들을 떠나 보내는 5학년 학생의 송사에 여기저기서 어깨를 들먹이며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다가 졸업생 대표의 답사에는 이내 눈물바다를 이루곤 했다. 지난 6년 동안 배우고 닦은 결실의 기쁨보다는 당장 헤어진다는 섭섭함이 모두에게 아쉬웠던 것이다. 하기야 진학률이 매우 낮았던 시절에는 초등학교 졸업이 곧 배움의 끝이면서 고달픈 생활전선의 출발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뭐니뭐니 해도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는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가 아닌가 싶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하고 재학생들이 1절을 끝내면 졸업생들은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하고 2절을 노래한다. 이어 다 같이 합창하는 3절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를 부를 때는 차마 목이 메어 참석한 학부모들도 눈시울을 붉히기 일쑤다. 반세기 이상 불려지고 있는 이 졸업식 노래는 해방후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이 지은 작품에 6·25 때 납북된 동요작곡가 정순철 선생이 곡을 붙인 것이다. 1960년대 초반에는 대한교련(한국교육총연합회 전신)이 제정한 "눈비를 이기고 닦아온 여섯해…"라는 노래가 불려지기도 했으나 당시 사회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식순에 맞춰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던 초등학교의 졸업식 풍속이 올해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졸업생 전원에게 교장선생님이 일일이 졸업장을 수여하는가 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글귀를 새긴 메달을 걸어준다는 학교도 있다. 자신의 다짐을 쓴 편지와 함께 추억이 서린 물품을 타임캡슐에 담고,선생님들이 작은 음악회를 만들어 졸업생들을 격려하는 무대도 마련된다.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살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상장을 전달하겠다는 학교도 늘고 있다.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밀가루와 달걀로 얼룩지고 대학졸업식이 그저 겉치레로만 흘러서인지 초등학교의 졸업식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졸업은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초등학교가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