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기존 브라운관 TV에 비해 두께를 20㎝나 줄인 32인치 초슬림 디지털 브라운관 TV '슬림피트(SlimFit)'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LCD TV와 PDP TV에 비해 두께가 두꺼워 뛰어난 영상화질과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브라운관 TV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라운관 TV 르네상스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이 제품에 쓰인 핵심부품인 얇은 브라운관이 바로 삼성SDI가 개발한 '빅슬림'이다. 빅슬림은 기존 32인치 브라운관의 두께를 15㎝나 줄여 32인치 TV용 브라운관 두께의 '마(魔)의 벽'을 극복했고 "화질은 탁월한데 두께가 두껍다"는 브라운관에 대한 통념을 깨뜨렸다. 빅슬림은 동급 32인치 LCD보다 모든 화질 특성에서 앞서있다. 수직 해상도 1천80라인의 HD(고화질)급 세계 최고 해상도를 갖췄고 나노 형광체 기술을 적용,8백 칸델라(㏅/㎡)의 휘도(밝기)와 5천 대 1의 명암비,1백80도의 시야각을 구현했다. 빅슬림을 채용한 삼성전자의 32인치 디지털 브라운관 TV의 가격은 1백49만원.비슷한 사양의 32인치 LCD TV의 절반 정도로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삼성SDI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빅슬림을 20명의 연구개발(R&D) 인력과 약 4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개발했다. 지난 2000년 극비리에 핵심 개발팀을 구성,2002년 '슬림아트(SlimArt)' 기술을 완성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상품화 단계를 거쳐 마침내 삼성전자를 통해 TV완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삼성SDI는 빅슬림 개발과정에서 총 20여건의 핵심 특허를 확보했다. 하지만 삼성SDI는 양산화에 반드시 필요한 일부 핵심 제조기술에 대해서는 경쟁력 강화와 제품 차별화 차원에서 특허를 출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슬림아트 기술은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급 디자인 구현'을 목표로 개발된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감성(感性)공학 기술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상의 디자인 요소를 개발해 브라운관 설계에 접목시킨 3차원 입체 설계기술이다. 이 기술은 △슬림아트 글래스 △슬림아트 전자렌즈 △슬림아트 편향 시스템 등 빅슬림의 핵심부품에 적용됐다. 슬림아트 글래스 기술이란 기존 브라운관 유리의 두께를 줄일 경우 고 진공상태의 응력(應力: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에 대해 내부에 생기는 반작용의 힘)을 유지할 수가 없어 유리가 깨질 우려를 해결한 새로운 응력 분산 기술이다. 슬림아트 전자렌즈 기술은 브라운관 두께를 15㎝ 줄이면서 초점이 흐려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특수렌즈를 사용해 전자빔을 한 곳으로 모아 초점을 맞춘 기술이다. 슬림아트 편향 시스템은 전자빔의 방향을 꺾어 위치를 지정해주는 편향 효율을 극대화시켜 두께가 좁아지면서 편향각이 기존의 1백5도에서 1백25도로 넓어진 것을 완벽하게 제어한 시스템이다. 빅슬림은 신개념 나노 입자의 안료를 형광체에 결합해서 휘도와 명암비를 동시에 높인 나노 형광체 기술을 적용,선명한 화질을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또 브라운관 유리 외면에 바르는 특수 세라믹 막을 코팅해 공기정화,먼지제거,살균 등에 효과가 있는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발산하는 '바이털 코팅'기술을 채용했다. 이밖에 '디지털 복합구조'라는 설계 기술을 적용,DVD플레이어 포토프린터 메모리카드 등 TV 내부에 내장할 수 있는 예비 공간을 마련해 TV 하나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삼성SDI는 조만간 21·28·29인치 TV용과 17인치 모니터용 제품을 차례로 개발,다양한 제품군을 형성할 계획이다. 또 빅슬림보다 더욱 얇은 고화질의 20㎝대 32인치 초슬림 브라운관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빅슬림 브라운관의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고용효과를 제외한 산업 매출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15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부터 2010년까지 삼성SDI의 빅슬림 매출만 4조4천7백8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