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은 이 같은 목표를 내걸고 실천해온 한국 재계의 모범생으로 꼽힌다. 설립 이래 단 한번도 노사분규를 일으키지 않았다. 소유와 경영을 철저하게 분리,36년째 전문 경영인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도경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인 차중근 사장을 최근 대방동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그는 지난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에서 43위를 차지했다. "기업에서 건전하게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곧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입니다. 앞으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종합보건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차 사장은 "빅(big)컴퍼니보다는 굿(good)컴퍼니가 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미래,새로운 도전'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2010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해 다국적 제약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엔 지난해의 3천4백억원보다 11.8%가 증가한 3천8백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유한은 이 같은 장기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도 힘을 쏟고 있다. 차 사장은 2003년 취임 후 해마다 매출의 5∼6%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소화성궤양 치료제 신약인 '레바넥스(Revanex)'를 개발,최근 십이지장 궤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3상 시험을 마무리했다. 레바넥스는 올해 말께 발매될 예정이다. 이 신약은 기존 치료제에 비해 약효가 빨리 나타나면서도 오래 지속되고 독성도 거의 없으며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감염제,당뇨병 치료제,치료용 항체 분야에 대한 신약 탐색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유한은 올해 의약품 분야에서 신경병성 통증치료제,골다공증 치료제,항바이러스제 등 15개 이상의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비의약품 부문에서는 제모제,주방용 세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기흥에 연면적 7천2백평 규모의 중앙연구소를 착공,R&D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제약업계 최대 규모인 이 연구소는 지하 1층,지상 8층에 연구동,실험동,우수실험실기준(GLP)동 등을 갖출 예정이며 올 9월에 완공될 계획이다. 이 연구소는 올 10월에 완공되는 충북 오창의 신공장과 함께 주요 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한은 노사화합의 모델로도 통하고 있다. 차 사장은 한달에도 몇 차례씩 영업 지점과 공장을 방문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현장을 모르고서는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울 수가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직원들과 e메일을 주고 받으며 경영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노조위원장과는 1주일에 한번씩 만나 노사간의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는 또 '핵심성과 지표제'를 도입해 경영성과를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수치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사업부와 팀들이 책임 의식을 갖고 목표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 사장은 지난 1974년 사원으로 입사해 29년 만인 2003년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뛰어난 친화력을 무기로 인재중시,현장중시,실천중시,신뢰경영 등 4대 경영방침을 앞장서 실천해 왔다. 그는 동국대 상대에 재학 중일 땐 대학 교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병역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했다. 스스로 선택한 베트남 파병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전쟁 땐 각자가 맡은 일에 충실하고 부대 전체를 위해 행동해야 자신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며 "사회도 결국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대 후 두 회사에 합격했지만 결국 유한양행을 선택했다. 정직과 성실을 강조하는 유한양행의 문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영업사원으로 출발한 이래 기획·생산·영업 부서를 돌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기획관리실 이사,부사장을 거쳐 사장에 취임했다. "유한양행과의 만남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유한양행이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화의 거센 경쟁을 이겨내고 현재처럼 노사모범,전문경영인 기업으로 영속하는 데 한몫을 한 경영자로 남고 싶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