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실시된 이라크 총선에서 이론적으로는 절반의 결정력을 가진 여성들의 투표 향방이 주목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는 31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미지의 요소는 잠시나마 남편과 셰이크(족장), 종교 지도자들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여성들의 표라고 보도했다. 시아파 성직자 정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남부 지역의 경우 다양한 여성들을 상대로 한 투표 전 인터뷰에서 응답자들은 종교 지도자들의 정권 장악에 큰 의구심을 나타냈다. 많은 여성들은 이미 성직자들이 사실상 그들의 생활을 좌지우지하는 데 불만을 나타내고 이란과 같은 신정(神政)만은 피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이들은 족장들이 어떤 지시를 내렸든 비밀이 보장되는 투표칸에서는 소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무원이자 지역사회 구호단체 일원인 옴 문타다라라는 중년 여성은 "셰이크가 뭐라고 말하는지 가서 들어보기는 하겠지만 투표장에서는 내 생각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 바스라의 여성들은 선거 이슈로 치안 문제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은 반면 종교문제는 대수롭지 않지 않게 여겼으며 이 때문인지 아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세속당이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공무원인 이만 압둘 카릭은 "우리는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지 셰이크를 원하는것이 아니다"라고 했고 통역사인 이만 알-티미는 많은 여성들로부터 "아무도 터번(이슬람식 두건)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모든 정당들은 후보자 중 최소한 3분의1을 여성으로 채워야만 하는데 셈이 빠른 정당들은 여성의 힘을 이해하고 이들의 요구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고있다. 종교색이 짙은 정당인 통일이라크연맹을 지지하는 막강한 성직자 단체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의 바스라 지부장 살라 알-바타트조차도 "우리는 종교에 따라 여성을 특별히 존중한다"면서 자신은 여성후보 33% 할당제에 반대하는 한 남성에게 "사실은 50%를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고 타일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지지정당이 어느 것인지는 말하려 들지 않았고 특히가족 앞에서는 입을 열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일부 여성들은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무지하다면서 "남편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결혼하면서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는 한 여성은 알라위총리의 세속당, 통일이라크연맹과 함께 지지율이 높은 3개 정당으로 꼽히는 공산당에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맹률이 높은 변두리 지역의 여성들 중에서는 부족과 가족, 종교 전통에 따라 투표하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여성 투표를 장려하기 위한 단체들은 투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나중 문제이고 우선은 여성들이 투표장에 가도록 하는 것이 큰 과제여서 때로는 현지 셰이크들에게 협조를 구하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