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가 `자유의 확산'과 `폭정의 종식'이라는 표현 때문에 1기때보다 더 공세적인 대외 정책을예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음으로써 미 국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내에선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를 적극 환영하고나서고, 그에 따라 그동안 이라크 정책의 실패로 기죽어 있던 네오콘이 다시 힘을받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진보주의측은 물론 미국의 전통적인 보수주의 진영측은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가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인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현실과 동떨어졌다거나 아예 무의미한 연설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취임사의 일파가 지나가자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백악관보좌관들이 22일 "취임사는 기존의 부시 외교 독트린을 더욱 명료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한 세대에 걸친 장기 목표를 제시한 것일 뿐 외교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것은 아니다"고 이같은 논란 진화에 적극 나섰다. 백악관측은 특히 `자유의 확산'과 `폭정 종식'이라는 표현이 이란 등에 대한 공격성을 띤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등 강경화 예고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취임사 직후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언론과 전문가들은, 주로 이란에 대한 무력 공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취임사 행간의 의미를 읽는 데 주력했다. 딕 체니 부통령이 20일 "이란이 제1의 위협"이라고 명시한 것도 여기에 한몫했다. 아시아 지역에선 인권문제로 인한 대북 강경화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됐고, 중국의 인권문제로 인한 미중관계의 긴장 가능성,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주요 동맹인 파키스탄과 미국간 관계, 유럽에선 러시아와 미국간 기존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이시선을 모았다. 이같은 전 세계적인 파장에 직면해 22일 백악관측이 내놓은 `해설' 요지는 "목표와 논리는 네오콘의 것을 빌리고, 실제 정책은 현실주의 전략을 따른다"는 것.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취임사를 또 다른 공격 예고, 새로운무력시위 등으로 지나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진의는 그것이 아니라 자유에관해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AP와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또 "부시 대통령은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남미 등과도 가능한 한 원만한 관계를 갖고 싶어한다고 나는 단언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익명의 한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취임사는 기존 대외정책에 기반한것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장기목표를 분명히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취임사에 제시된 목표를 추진해나갈 것이나, 접근법은 다양할 것"이라며 "공개적인 방법과 비공개적인 방법, 나라마다 독특한 역사와 문화,전통, 그리고 상이한 변화 속도 등이 감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부시 대통령 보좌관들이 "취임사는 부시 대통령의 신념을 반영한 것이지만, 폭정 종식의 목표를 경직되거나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추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언론담당 고문 댄 바틀렛은 "취임사에 정책이 함축된 것은 사실이지만,그것이 새로운 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고, 행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단절이나 우회전이 아니라 다소의 가속, 우선순위 승격, 공개적인 박차 등이라고말할 수 있는데, 이는 그동안 우리가 계속 보내온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백악관 관계자들은 `일부에서 취임사를 지나치게 해석했다'며, `취임사에 언급된 것은 한 세대에 걸쳐 이뤄야 할 과업이지 한두해에 해치울 수 있는게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 스스로도 폭정 종식이라는 목표를 무력으로만 이루겠다는뜻이 아니며, 테러리즘을 적극 지원하는 무법국가와 인권기록은 좋지 않더라도 변화용의를 보이는 나라들을 구별하는 등 현실의 다양성을 무시한 천편일률적인 정책을추구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바틀렛 고문은 "취임사의 목표는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는 것"이라며 "(대상) 나라마다 상이한 속도와 상이한 보조로 목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가 미국 외교정책의 철학적 기반을 `정치현실주의'에서 `도덕주의, 이상주의'로 옮긴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 연설문 담당겸 정책보좌관인 마이클 거슨은 부시 대통령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목표는 이상주의적이지만, 수단은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백악관측은 취임사 작성과정에 네오콘 대변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인 윌리엄 크리스톨과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해온 예일대 사학과 교수인 존 루이스거디스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했으며, 부시 대통령이 탐독하고 있는 나탄 샤란스키의 '민주주의론'을 참조한 것도 물론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