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 그리고 딸이 함께 남극점을 밟고 무사히 돌아왔다. 혹한과 눈보라를 뚫고 인간의 한계를 이긴 겁없는 가족은 캐나다에 거주하는 미국인 여성 매티 맥네어(53)와 두자녀 사라(18)와 에릭(20). 이들은 물자 지원 없이 남극점을 걸어서 정복하고 남극 허큘리스 해안으로 돌아왔다고 캐나다 방송 CBS가 웹사이트를 통해 13일(이하 한국시간) 보도했다. 9주간에 걸친 2천200㎞의 긴 여정이었다. 마냥 걷기만 한 것이 아니고 텐트와 식량, 연료가 담긴 156㎏의 무거운 썰매를 끌고서다. 맥네어는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고 만족스러워요"라고 CBC와의 위성전화에서 짤막하게 소감을 말했다. 이번 여정으로 이 가족은 타이틀을 하나씩 갖게 됐다. 엄마는 최초로 남극점을 밟은 최초의 캐나다에 사는 여성이 되었다. 사라는 무지원 도전으로 남극점을 밟은 가장 어린 여성, 에릭도 가장 어린 남성으로 남게 됐다. 지난해 11월 2일 허큘리스를 출발해 남극점 정복에 나선 이 가족은 남극점까지 걸어서 도착했다. 갈때는 무거운 짐, 크래바스(얼음이 갈라진 틈), 혹한의 추위가 발을 더디게 만들었지만 귀환할 때는 편하기도 했고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영하 45도의 강추위가 여전했지만 큰 연을 이용해 바람을 타고 17일만에 남극점에서 돌아와서다. 남극에서는 바람이 극점에서 해안으로 불어 연을 썰매 앞에 매달고 바람 방향으로 가면 개가 설매를 끌 듯 앞으로 쉽게 나아간다. 세번째 남극 대륙 방문 끝에 남극점까지 밟은 맥네어는 지난 97년 북극점을 정복할 때만큼은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북극곰의 날카로운 이빨을 걱정할 필요도 리드(얼음이 갈라져 바닷물이 드러난 곳)에 막히는 일도 없었다. 맥네어는 올 4월 다시 북극점에 도전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