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4일 개최된 국무회의와장.차관급 신년 인사회를 빌어 `선진한국'을 비롯한 을유년(乙酉年) 새해 국정운영구상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노 대통령은 먼저 국무회의에서 "지난 2년간 국정과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평가 등을 종합한 결과 (선진국) 목전에, 문턱에 와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올해는 대한민국의 목표를 선진한국으로 세워 야심찬 자세로 국정을 운영하면 좋겠다"며 선진한국 청사진을 위한 부처별 계획 마련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신년 인사회에서도 선진한국을 화두로 꺼내 "올해를 새로운 꿈을만드는 해로 정하고 저는 죽어라 남은 기간 뛰겠다"며 "다음 정부 출범시 선진국 간판을 달고 출발하거나 적어도 다음 정부 임기중에 확실히 성숙한 선진국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게 뜻을 모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정치.인권.민주주의의 선진화, 경제 선진화, 사회 제도의 선진화, 국민의식의 선진화 등의 순으로 선진한국의 조건을 제시하고, 이날 인사회에참석한 입법.사법.행정부 등 각 국가기관 고위 관계자들에게 제도 선진화에 박차를가해줄 것을 당부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지난해 `갈등'을 겪기도 했던 주요 헌법기관 및 여야 정당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작년 한해 많은 사람들이 풍파를 겪었지만, 저도 풍파를 좀겪었는데 힘들었다"며 "좀더 밝게 새해를 보고 가면 좋겠다"는 말로 새해 덕담을 던졌다. 노 대통령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대해 "대법원과 헌재의 판단이 내용의 여하에 불구하고 그 사회에서 큰 혼란없이 수용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 한국 민주주의가 꽤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다소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윤영철(尹永哲) 헌법재판소장을 거명하며 "그래서 우리 헌재소장님도 아마 해외에 나가시면 상당한 대접을 받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소수 정당인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에 대해 "소수당의설움이 클 것"이라며 "저도 의석 7석 당을 해봤는데 소수당을 해보니까 괴롭더라.아무도 끼워주지 않고 상임위도 아무 데나 보내고 의논 한마디 할 데도 없더라"며경험담을 소개하고, "17대 국회 내내 소수당이 국회에서 대접을 잘받는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는 안오셨지만..."이라며 초청 대상인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불참한데 대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데 이어 "제 마음속에 아쉬움 하나가 남아있다"며 "우리 사회가 수천년 역사에서 궁극적으로 풀지 못하는 문제가 불신과 적대, 분노, 증오 등 적대적 감정"이라고 말한 뒤예의 관용의 문화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EU(유럽연합)를 생각하면 아시아 정치에 속해있다는 것이 마음속으로 부끄럽고 좀 열등감을 느끼며 화해와 통합을 발전시켜나가는 그들의 정치역량에 고개를 숙인다"며 "17대 국회에서 그런 모범이 나오고 전 국민이 화해와 통합을 해내는 과정이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작년에 제가 수사를 받는다는 입장이고 탄핵을 겨우 넘긴입장인 데도 여러 나라 원수를 만나 대화하면 제가 아주 행복한 국가원수 축에 들더라"며 "외교장관도 풍파를 많이 겪었지만 외국가면 대접받고, 군도 풍파가 있는 것같지만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작은 풍파"라고 설명하고,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희망이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