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이 3일 당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지난해 8월19일 신기남(辛基南) 전 의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지 138일만에 중도 하차했다. 지난해 1월 11일 전당대회에서 초대 의장에 당선된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통일장관 입각을 앞둔 지난해 5월17일 4개월 7일만에 사퇴했고, 이를 승계한 신 전의장이 8월19일 3개월만에 낙마한 데 이은 4개월 `단명 퇴진'이다. 이 의장과 함께 이미경(李美卿) 김혁규(金爀珪)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도사퇴함으로써 지난해 1월 전당대회에서 첫 대의원 직접선거를 통해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의 지도부가 모두 퇴진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지난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 대열에 합류한 이 의장은 지난해 1월 전대에서 3위로 당선됐지만, 17대 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원외로 밀려난 이 의장은 의장직 승계후 천정배(千正培) 전 원내대표와 선의의경쟁과 보완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투톱체제'로 집권여당을 이끌어왔고, 오랜 재야활동과 3선 관록으로 여당에 안정감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기국회에 들어서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입법 관철에 대한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역할이 축소됐고, 연말 국회 막판에 국보법 문제 처리를 둘러싸고 이 의장과 중진들이 제안한 중재안을 천 전 원내대표가 거부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천 전 원내대표가 연말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끝난 직후인 지난 1일새벽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힌데다, 개혁당 출신 인사들 중심의 당내 강경파 중앙위원과 당원들의 사퇴 압력이 높아지면서 여당을 리더십의 진공 상태로 방치한채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 의장은 상임중앙위회의에서 "천 원내대표와 함께 그간 몇 개월 당을 이끌어온 당 의장으로서 제 역량이 몹시 부족해서 이런 결과밖에 나오지 못하고, 국민과당원들께 소임을 다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사퇴 의사를 밝히며 간혹 감정이 복받친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 "갈등과 대립을 넘어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는 우리당이 야당과의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노선을택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여야 안에 과격노선과 과감한 투쟁을 벌이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며 당내 일각의 과격 노선의 위험성을 강한 톤으로 경고했다. 이 의장은 여야의 강경파를 모두 언급했지만, 특히 우리당이 내부의 소수 강경파에 휘둘리는 노선을 걸어서는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의장은 이어 당사에서 열린 신년 시무식에서도 "지난 20세기를 지나며 알게모르게 덧붙어온 투쟁의 관성으로 인해 전략전술적 관점보다 그때마다 자기 자신을드러내려는 과격한 커머셜리즘(상업주의)를 벗어내고 가야 한다"며 "집권여당이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해내려 하고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대야 강경투쟁을 벌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차질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