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공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2001년 입장료를 폐지한 후 박물관 관람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가디언의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올해 박물관ㆍ미술관을찾은 관람객은 관람료 폐지 이전 해에 비해 600만 명이 증가했으며 지난 3년 간 전체 증가율은 75%를 기록했다.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 주의 리즈 시 소재 왕립 병기박물관은 3년 간 입장객이 147%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런던에서는 사우스켄싱턴 지역 내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이 113%, 자연사박물관이 95%, 과학박물관이 71% 증가했다. 사우스켄싱턴 박물관들은 관람료 폐지 이전에는 가족 단위로 관람을 할 경우 약30 파운드의 관람료를 내야 했다. 리버풀의 워커 아트 갤러리 등 8개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뒤늦게 관람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가 입장객이 감소하고 기증자가 약속했던 예술품 기증을 취소하는 등부작용이 초래되자 관람료를 다시 폐지했으며 이후 관람객이 94% 늘어났다. 영국 정부는 공공 박물관의 관람객 증가가 구제역 파동과 테러 우려로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한층 고무돼 있다. 테사 조웰 문화부 장관은 "관람료 폐지후 3년이 흐른 지금 관람객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일반인들은 `순수' 문화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면서 앞으로 관람료 폐지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관람료 폐지가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 증가로 연결된 성과는인정하면서도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관람료 폐지가 박물관 수입 감소로 직결돼 필요한 소장품 구입을 늘릴 수 없으며 소장품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예술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관람객 증가로 박물관 유지비용이 증가할 경우 박물관들로서는 큐레이터와전시관을 줄일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 무료 관람 정책은 `공허한승리`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화예술단체인 내셔널 아트 컬렉션스 펀드(NAC)의 데이비드 배리 회장은 "무료입장이 관람객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면서 정부의 최근 지출내역을 보면 입장료 폐지에 따른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야당인 보수당도 정부가 관람료 폐지로 인한 박물관 수입 감소분을 충분히 보전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보수당이 집권할 경우 박물관들이 원하면 관람료를다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보수당내 그림자 내각의 휴고 스와이어는 영국인들은 해외여행 때 루브르박물관등에 돈을 내고 입장하는데 외국인들이 영국에서 무료로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기획전시를 제외하고 무료 입장정책을 유지해온 대영박물관과 테이트모던, 내셔널 갤러리 등의 입장객도 역시 증가세를 기록했는데 내셔널 갤러리의 경우 올해 48만5천 명이 증가한 490만 명이 관람해 영국에서 가장 입장객이 많은 문화시설로 기록됐다. (서울=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kerberos@yna.co.kr